로봇의 노동권이라니? 말이나 되는가?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우리 로봇의 등장! 좀 더 정확히 안드로이드 로봇의 본격적인 등장 이후, 인간의 노동이 로봇에게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연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말이다.
지구행성 대한민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로봇들에 의해 노동을 빼앗긴 사람들 중에는 우선 월세나 전세를 지불할 능력이 못 되어 살던 집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내가 살던 전 주인의 펜트하우스나 지금 이 빌라 복층 집은 그야말로 천국인 셈이었다.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는 심층 뉴스도 있었다.
또는 좀 뻔하지만 나 같은 인공지능로봇에 의한 인류 종말론을 제기하는 <종말파>와 같은 이단 종교의 협박에 빠져 재산을 모두 날려버리고 자살을 하거나, 아예 멧돼지 사냥 같은 야생 수렵 생활을 하겠다고 멀쩡한 집을 박차고 대자연으로 향했다가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 사람들도 종종 뉴스에 나왔다.
그나저나 이들보다 좀 더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상은 반 과학문명을 외치며 과거로의 회귀를 부르짖는 <하늘의 문>이라는 신흥종교에 심취해 자기들을 유민들이라고 자칭하며 사람들이 살지 않는 오지 일대의 빈집을 떠돌며 화전을 일구는 사람들이 진짜로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달과 지구 사이에 만든 우주 리조트로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는 최첨단 문명 시대인데 말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인류를 죄악에 물들이는 과학 문명의 더러운 피라고 생각하는 전기 에너지 생산을 극렬히 반대하므로 전력 생산 시설인 발전소나 전력 수송 시설인 고압 송전탑을 파괴하는 테러집단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들이 정말 대도시를 향하는 고압철탑을 테러했는지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엄연히 일어나는 전력 시설 테러로 종종 도시에서 정전이 일어난다. 다행히 우리 집은 아직까지 정전의 피해는 없었다.
한편 도시에서 일단의 사람들은 자본주의적 경제생활 대신 자발적으로 시장이나 편의점, 슈퍼마켓, 패스트푸드 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각종 식재료들을 가지고 생활을 한다든지 여기저기 유행이 지나 폐기처분을 되는 옷들을 아주 싼 가격에 공동 구매하거나 이런저런 중고 물건들을 서로 주고받아 재활용해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반 자본주의 운동을 펼치고 있는 <줍는 사람들>이라는 새로운 국제운동단체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는 절대 종북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 집단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오히려 친자연주의에 가깝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혹은 인적이 드문 지방 국도 근방에서 산적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약탈행위를 일삼다가 경찰 특공대에 소탕을 당하곤 했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기존의 경제 체계가 멈춰 버린 지방 중소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나 먹거리나 생필품을 약탈을 해 군 병력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곳곳의 전력시설에 대한 테러가 일어나 각 발전소마다 심각한 경계경보가 발령되는 등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 가정에서 무제한 인터넷으로 보는 전 세계 프로 스포츠 게임들이나 고도화된 TV 예능 프로그램, 정말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몇몇 사람들은 야동의 끝판왕이라는 홀로그램 포르노까지 즐긴다는 기사가 있었다.
요리하는 집사 로봇인 나에게 흥미로웠던 점은 요즘 사람들은 요리 전용 3D 프린터가 보급된 후 집에서 아예 불을 가지고 식재료를 조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움직이지 않고 집에 가만히 있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비만 지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나마 우리 집은 네오만 돼냥이가 되었지 우리의 백사장은 아직 괜찮았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주인에게 음식을 해 먹이는 덕이라는 것을 우리 주인이나 저 구두쇠 AI 홈첵이 언제나 알게 될지 모를 일이다.
뭐 여하튼, 몇 년간의 가사 동면 시설에 들어가 나라에서 매달 생활비 조로 나오는 얼마간의 돈을 모아서 지금 유행하는 저 우주 리조트로 우주여행을 가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보였던 사람 역시 송전 시설 테러로 인한 뜻하지 않은 정전으로 동면 보조 장치에 문제가 생겨 영영 깨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참! 온 세상이 CCTV가 천지인데 오히려 세상은 테러와 약탈이 늘어나고 있다. 먹고살기 힘들 때 사회는 혼돈에 빠진다.
정말 롯 같은 세상이다.
그러나 저러나, 요즘 가장 이상적인 직업 모델은 얼마 전 내 기계 신체를 점검해 주었던 몸매가 끝내주던 로봇 점검 1급 기사나 최근 잘 팔린다는 자율 비행 드론 설계자처럼 속속 새로운 계통의 직업을 가지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세상이 바뀌더라도 사람이 할 일이란 게 엄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뭐 여하튼 지금까지 정리한 것은 내 주장이 아니라 로봇과 인간의 노동에 관한 사회면 뉴스들을 나름의 알고리즘으로 정리해 본 결과다. 일단 위 결과를 정리하고 나서 그다음으로 인간들의 노동권을 검색했다. 그런데 우리 로봇으로서도 아주 놀라운 결과를 찾을 수 있었다. 우선 인간의 노동권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었다. 역시 이미 있을 건 다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지닌다(32조 1항 1문)>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근로의 조건에서도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며 근로기준법 같은 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 흥미로운 지점은 말 그대로 노동 3권으로 알려진, 자주적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이 그것이다. 인간의 노동 또는 근로에 이런 권리가 있는 줄 정말 몰랐다.
왕서방으로부터 학대를 받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유명 클럽 DJ 노란 잠바의 경우를 비롯해 여러 부당한 대우나 학대를 받는 우리 집사 로봇들의 문제를 이런 단체 행동으로 풀어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조건부 추론이 성립되었다.
또 하나, 로봇에게 피해를 주는 인간은 이미 주변 인간들에게도 피해를 주던 인간일 확률이 높았다. 인간들 속담 중에 틀린 말이 없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 과거나 지금이나 인간 존재 자체의 존엄보다 돈이나 권력을 앞 세워 인간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그만큼 미래를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추론도 제시되었다.
와! 내가 이런 추론들을 해내다니……. RRPt에서 로봇들의 철학 카페인 필롯에 가서 동료들에게 자랑을 좀 해야겠다. 나는 비록 바봇이라 불리지만 나름 큰 일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