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사 이야기

어느 남성형 로봇 이야기(연재소설 #14)

by 정창영

어느 집사 이야기 ver1.14


어느새 돼냥이가 된 네오에게 다이어트를 시켜야 해서 사료보다는 이런저런 신선한 음식을 조리해서 먹이고 또 이런저런 운동을 시키려고 한다. 하루 종일 먹고 자기만 하니 살이 찐다.


합정역 근방에 24시간 운영하는 꽤 큰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상담을 받은 백주인의 말로는 지금 네오는 젊은 축에 속해서 괜찮지만 저 상태로 오래가면 다양한 질병이 올 수 있다고 했단다.


대인배이신 나의 주인은 저 돼냥이에게 운동을 시키라고 내게 명령했다. 나에게 주인의 음성 명령이 명령 인식 메모리에 코딩이 된 이상 나는 네오에게 내 시간의 일부를 할애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아침부터 녀석에게 얇게 저민 신선한 소고기를 먹기 좋게 샤부샤부를 해서 주었다. 꽤나 잘 먹고는 거실 복층 계단 아래 ‘스크래쳐(손톱으로 긁을 수 있는)’가 되는 자신의 집에서 한 숨 늘어지게 잔 돼냥이를 늦은 오후에 깨웠다. 그 옆에 캣 클라이머도 있는데 요즘은 잘 안 올라간다.


“네오야! 네오야!” 들은 척도 안 한다.

“네오야! 네오야! 운동해야 한다!”잠깐 눈을 떴다가 귀찮은 듯 다시 눈을 감는다.

“네오야! 네오야! 운동해야 한다!”

“나아아아아아~양! 야아아아~~~옹!(귀찮게 좀 하지 마! 집사 주제에! 그리고 너 왜 반말이야? 주인한테!)” 이 돼냥이가 하는 이런 말 하루 이틀도 아니니 내가 참는다.


네오는 굉장히 귀찮은 듯 천천히 기어 나와 있는 대로 기지개를 켰다. 그때였다. 갑자기 비디오 폰으로 전화가 왔다. 내 주인의 어머니 전화라 무조건 받아야 한다는 내부 메시지가 뜬다. 통화 동의 신호를 보내면 비디오 폰으로 통화가 연결되었다. 바싹 말랐고 꼬장꼬장해 보이는 70대 초반의 여성이 비디오폰 화면에 떴다.


다짜고짜 “니 주인 있나?” 당황한 나는 “희원님은 지금 출근하고 집에 없습니다.”

“아따, 지 회산데 주말에도 출근을 해!”

“네, 그렇습니다.”

“니! 밥은 잘 하고 있나?”

“네? 밥은 고성능 AI 전자 밥솥 GT-300A 스페셜이라고 그 친구가 잘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밥만 푸……”

“아! 글나? 됐네! 그카고 니 다음 명절에 부산에 좀 온나?” 중간에 말을 끊는 것은 엄마나 따님이나 매 일반이시다. 그리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명령이란 말인가라고 추론을 하지만 아주 간혹 그 둘의 음성 파형이 비슷해 백주인 어머니의 명령이 주인의 명령으로 코딩이 될 때가 있다. 이런 참! 멍청한 기계의 한계라니!


“네? 아니 제가 왜 부산에……?”

“내가 생각이라는 거슬 쪼매큼 해 봤는데 로봇 니가 좀 와가 제사상 좀 같이 차리라. 내사 나(이)가 들어가 혼자 제사상을 차릴라 카이 마이 힘이 든다.”

“네? 그것은 제 주인인 따님과 말씀을 나눠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야! 로봇아! 그 가시나가 내 말을 잘 안 듣잖나! 안 글나? 생각을 해 봐라! 로봇아! 그러니까, 니가 담 명절부터 부산 간다 케라!”

“네? 그, 그것은…….”


로봇이 먼저 주인에게 제안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간혹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 형 로봇들은 주인의 건강을 위해 이런저런 운동이나 식이 요법을 제안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들었지만 말이다. 그건 그거고 백주인 어머니 말씀처럼 두 모녀의 대화가 그리 오래간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나마 내게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주인의 어머니다. 내가 이 인물에 대해 추론한 바로는 주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꽤 오래된 상태인 데다가 주인의 오빠 역시 외국에 나가 있는 바람에 늦둥이 막내딸이 어떻게 사는지 늘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한다고 밖에 추론이 안되었다.


더군다나 대부분 따님과의 전화는 좋게 끝나지 않아서 주인은 어머니의 전화를 받기 싫어한다. 그래서 고급진 가사노동 전문 집사로봇인 나 바봇이 전화를 받을 때가 많다. 이 번 제안으로 인해 내 메인 인공지능 모듈에 또 과열이 오기 시작한다.


“니, 로봇! 단디 잘 해라이! 뭔 일 있으믄 나한테 연락 주꼬!”

“네, 희원님 어머니!”

“그라고 우리 막내 들어오믄 부산에 연락 좀 하라 케라! 알았제? 카고 니 이름이 뭐라켔노? 들을 때마다 까 묵는다.”

“바, 바, 바봇입니다.” 매 번 이름을 듣고도 다시 물어보신다.

“아따! 이름 한 번 얄구지다. 바봇이 뭐꼬? 바봇이? 바보도 아이고~~~!”

‘뚜~~~~!’

그냥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겼다.

“여,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희원님 어머니!”


급 과열이 지속된다. 셧다운 근처까지 갔지만 다행히 멈춰 서진 않았다. 그나마 딥 러닝이니 이런저런 알고리즘을 가지고 노자 철학을 분석해 그 흰 두부의 공포를 겨우 넘어섰는데 이 노령의 여성은 또 뭘 공부해야 넘어설 수 있단 말인가?


그 새 저 돼냥이는 지 스트레스를 푸는 스크레쳐 겸용인 제 집에 들어가 다시 잠이 들었다.

“네 처지가 부럽구나. 이 돼냥아!”


그나저나 오늘 새벽에 들었던 곰 같은 노란 잠바와 왕서방의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일단은 로봇의 노동권에 대비한 인간의 노동권을 검색할 수밖에 없었다. 데카르트 선생과 노자 철학에 이어 이제 인간의 노동권이라니?


하아! 참 바쁘다.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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