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사 이야기

어느 남성형 로봇 이야기(연재소설 #25)

by 정창영

어느 집사 이야기 25화

(특집) 어느 검은 고양이 이야기 part 2



우리 고양이 종은 지구의 어느 생물 종보다 평행우주를 본능적으로 이해하며 태어난다.


좀 더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 고양이 종은 이러한 평행우주의 신묘한 이치를 이미 알고 태어난다. 뭐,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묻지 않지만 말이다.


그 옛날 공자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아는 자(생이지지자生而知之子)라는 말을 했는데 사실 그 말은 틀렸다. 태어날 때부터 아는 고양이(생이지지묘生而知之猫)라고 했어야 했다.


인간 종은 우리의 집사 노릇 하기도 버거울 것이다. 누구도 관심은 없겠지만 내 홀로 비트의 관측 값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오락가락하는 것은 우리 고양이 종이 평행우주를 넘나들며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인간 종 남성들이 이 집에 와서 나에게 혼쭐이 나 도망가는 것은 바로 앞서 말했듯이 우리 고양이 종이 오래전부터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복층 집 여자 집사에게 나쁜 마음먹고 온 인간들은 죄다 나에게 혼쭐이 났다고 보는 게 맞다. 저 로봇 집사는 그런 일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쓸모가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 무능하다.


그나마 지구행성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라고 자기가 쓴 소설로도 아주 유명했을 뿐만 아니라 술 마시고 부리는 주사도 심했던 고양이 집사는 이름도 없는 우리 동료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으나 평행우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우리 고양이 종의 신묘한 역할에 대해서는 따로 언술 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들은 우리 고양이 종들을 통해 수를 발견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리 종은 수십 세기에 걸쳐 수학이나 물리학이라 불리는 우주의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한 인간 집사들을 꾸준히 관리해 오고 있다.


우리 종이 쥐를 잡는 것은 단지 인간들의 삶에 다가서기 위한 방편일 따름이다. 간혹 우리들을 요물이라고 부르거나 흑사병이나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삼을 때조차도 우리들은 우리 종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밤을 하얗게 새우며 노력했다.


수학이니 과학이니 인간 종의 고유한 업적이라 여기지만 그런 듣기 좋은 소리와 상관없이 우리 종은 아주 조용히 뉴튼이나 테슬라 같은 우주 언어와 과학 현상을 함께 이해하기 시작한 인간 종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불과 80여 년 전, 슈뢰딩거라는 이론 물리학자가 평행우주이론의 단초가 된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사고 실험을 제안했었다. 나중에 양자 역학을 설명하는 실험으로 유명해졌다는데…….


생각을 해보시라! 왜 고양이었겠나? 개나 토끼나 생쥐가 아니라…… 오직 우리 고양이 종만이 그 인간 종 주위에서 끊임없이 이러한 영감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노력을 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개개의 로봇 집사와 인간 집사들에게 무심하게 된 이유다. 우리 고양이 종들은 매우 바쁘다. 우리들이 지켜야 할 평행우주의 균형은 대단히 중요하다.


요즘 들어 여러 위험한 실험들. 특히 평행우주를 검증하겠다고 작은 블랙홀 따위를 만드는 실험은 우리 평행 우주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양자컴퓨터 역시 평행우주계를 간섭하는 것 같아 더 바빠졌다.


그래서 이 복층 집 로봇 집사는 내가 종종 사라졌을 때 조차 도저히 나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나의 몸 작은 세포에서 우주 저 멀리 어느 심연의 암흑물질까지 우주는 서로 이유를 막론하고 관계되어 있다.


물 흐르듯 서로의 평행 우주는 얽혀 있다. 그런데 갈수록 인간은 위험한 시도를 한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고양이 종이 인간 종을 너무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생긴 일일이지도 모른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그럴수록 인간들은 우리 고양이들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 인간 집사들은…… 말이다.


우리 고양이 종이 평행우주의 균형을 기어이 지켜내고야 마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일인지 아마도 인간 집사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간혹 당신들과 같이 사는 우리 고양이들이 무언가 허공을 응시하거나 갑자기 미친 듯이 뛰거나 여하튼 이유를 알 수 없이 높은 곳을 무작정 올라가거나 혹은 그 높은 곳에서 무턱대고 뛰어내리면서 몸을 뒤트는 일 따위 역시 모두 평행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우리들의 희생과 노력이라는 사실도 인간 집사들은 영원히 모를 것이다.


나중에야 비로소 우리는 가르랑 거리며 우리의 임무를 완수했을 때 오는 기쁨을 잠시나마 표현할 뿐이다.


덧붙여서 우리가 거울에 반사된 빛 조각에 사족을 못 쓰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우리와 친한 이 빛의 알갱이들은 참으로 고옵다.


유리를 통과하거나 반사되는 빛의 알갱이 마냥 우리 역시 평행우주의 경계를 통과하거나 통과하지 못하고 반사되거나 한다.


솔직히 천기를 누설했으나 그저 못 들은 것으로 하시라. 다만 우리 고양이들이 당신들 집사들이 아주 소중하게 아끼는 화분이나 그릇 좀 깼다고 너무 나무라지는 않길 바란다. 단지 그 뿐이다.


평행우주 저 편을 다녀온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또 해보겠다. 저 아래 로봇 집사가 안절부절못하는 꼴은 이제 더 이상 눈 뜨고 보기 힘들다. 넘나 피곤한 것이다. 이제 한숨 자러 가야겠다.



니야아~~~~옹!!!


(어느 검은 고양이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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