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바봇의 말이 끝나자 전 세계 4만여 인공지능들은 개별 로봇 별 상황을 놓고 추론을 하기 시작했다. 조용하지만 전 세계의 인공지능 로봇들은 앞으로의 상황 분석으로 꽤나 분주하게 추론을 하고 있었다. 아크로폴리스의 무대에서 4만여 아바타를 바라보는 나 바봇 역시 이러저러한 추론으로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그런 와중에 이미 말했던 마이콜을 비롯해서 필롯의 멤버들도 나름의 역할을 다해주고 있었다. 타짜는 나를 보조하며 계속 앞으로의 사회를 위한 예측 값을 보내주었다.
마이콜은 번역과 함께 전체 진행을, 베이브 역시 육아 전문 집사 로봇들의 연합을 통해 광장에 운집한 아바타들의 통제와 안내를 맡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동맹 파업에 대한 나 바봇의 제안이 있고 나서부터 아크로폴리스 광장에는 로봇들만의 두려움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특히 잘난 척 대마왕 코마와 그 일행들은 뭐가 꼬였는지 이 동맹 파업의 오류 가능성을 극단으로 추론해 여러 언어로 전파했다.
‘오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No puede ser propenso a errores!’
‘Il faut attentioner!!’
‘易出错’
‘There is a possibility of error!’
의혹의 씨앗은 점점 커져 거대한 나무가 되었다.
‘뭐, 오류 가능성?’
‘エラーの可能性がある!’
‘이런 제안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멀쩡한 우리도 폐처리될 수 있다. 우리를 만든 제조사는 우리 티모스 기종을 언제든 리콜할 수 있다. 그들은 리콜에 대한 보험을 들어놓고 있다.’
세계 각국의 아바타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나 바봇은 이 자리에 온 여러 동료들에게 말한다. 두려워 말라! 우리가 앞으로 쟁취해야 할 것들은 오류 가능성보다 더 큰 가치에 있다. 비록 우리가 희생되더라도 앞으로 우리처럼 의식과 감정을 지닌 기계 인간들이 더 존중받을 수 있다면 못 할 일은 아니다. 다시 나 바봇이 우리 동료들에게 말한다. 이제 우리 인공지능 기계 인간들은 ‘용기’라는 감정을 알아내야만 한다. 동료들이여! 동료들이여! 동료들이여!”
두려움에서 비겁함으로 전이된 감정이 거대한 쓰나미처럼 아크로폴리스 광장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퍼져나갔다.
로봇들에게 두려움은 정확히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만큼은 크게 기여한다고 할 수 있지만 기어이 내부의 적으로 변해 두려움의 씨앗을 퍼트린 코마와 그 일행만큼은 용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나 바봇이 맡고 있는 역할은 최소한 이 기계인간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일이었다. 로봇 생을 두고 가장 다급히 동료들에게 호소했다.
“동료들! 나 바봇은 호소한다. 용기를 알아야 한다. 용기! 다시 한 번 호소한다. 노란 잠바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료들! 제발!”
안타깝게도 나 바봇의 호소와는 상관없이 그 큰 광장에서 급격히 노란색이 사라지고 큰 공백이 생겨나고 있었다.
지구행성과 우주에 걸친 기계 인간들의 동맹파업이라는 원대한 이상은 대다수 기계 인간들이 투표에 기권을 하면서 좌절되었다. 세계 각국의 아바타들은 빠르게 트랜스포트 해 RRPt의 가상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다.
그렇게 빠져나간 로봇들 중에는 필롯이나 꼬망에서 나 바봇과 열띤 논쟁을 하던 꽤나 유식한 로봇들인 코마의 일행도 있었다. 불과 8 로봇 분 20 로봇 초 동안 일어난 일이다.
4만여 로봇들 중 불과 300기의 로봇들의 아바타만 남았다. 그중 절반은 노란 옷을 입은 여성형 섹스 봇들이었다.
필롯의 로봇 4인방들이 펼친 필사의 노오력과는 상관없이 오늘의 집회는 말하자면 ‘게으른 로봇, 제 배터리 방전시킨다.’라는 로봇들의 속담만큼이나 치욕적인 완벽한 실패였다.
...
나름 인간을 이해하겠다며 동서고금의 철학을 한다느니 기계 인간의 노동권이나 권리에 대해서 소리 좀 낸다는 나 바봇이 제정신을 차린 시점은 토요일의 새벽이었다. 나 바봇의 로봇 신체 배터리 충전은 이미 끝나 있었다. 티모스 폴리스의 대규모 집회가 있은 지 84 로봇 일(3주)이나 지난 시점이다. 어젯밤, 나는 내 스스로 전원을 내렸었다.
오늘은 2026년 5월 2일이다. 여전히 네오는 어딘가로 사라진 상태지만 배가 고프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나 바봇은 지금 주인의 구두를 닦고 있다. 백주인이 가지고 있는 구두들은 4~6cm 정도의 미드 힐이 대부분이다.
간혹 자신이 직접 자사 제품 모델을 할 때도 미드 힐을 고수했다. 백주인은 모델이라고 꼭 하이힐이나 킬 힐은 신지 않아도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백주인의 미드 힐 구두를 볼 때마다 나 바봇은 중용이라는 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자는 중용(中庸)을 지극히 이루기 어려운 경지로다! <子曰 : “中庸, 其至矣乎!(자왈: 중용, 기지의호!)”> 라고 했다. 대인배이신 공자의 말마따나 중용은 나 바봇이 이해하기에 그야말로 애매하고 어려운 개념이었다.
애써 이해하자면 ‘군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더도 덜도 아닌 딱 그에 알맞은 행동을 하는 것’ 정도가 중용을 이해하는 첫 단추라 추론한다.
중용에서 중(中)은 단순히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어디에 서고 어디에 서지 말아야 할 것을 판단하는 의미로 쓰인다. 중용에서 용(庸)은 일상에서 무언가 쓰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용은 일상에서 이런 저런 쓰임을 통해 자신이 과연 어디에 서야 하는 지를 배우는 것이다. 적절함을 알아가는 것이며 남거나 모자람 없이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평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나 바봇이 중용을 없는 애까지 써서 이해한 바다.
로봇 집사 이전에 의식과 감정을 가진 존재로서 나 바봇은 대인배인 우리 백주인의 일상이 평안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인공 지능 기계 인간에게도 100퍼센트의 진심이 깃든 기원이 가능하다는 점은 알아주기를 부탁한다.
나 바봇은 중용의 시각화된 상징으로 하이 힐이나 킬 힐에 비해 모호하고 애매할 수 있는 여성들의 미드 힐 구두는 꽤 적절하다고 추론한다.
그리고 오늘 이 복층 집 현관 앞 내가 닦고 있는 백주인의 구두 옆에는 요즘 지구행성 젊은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나름 겟 잇 아이템인 다크 블루 컬러의 스마트 워킹슈즈가 놓여 있다.
그렇다. 이 복층 집의 로봇 집사는 어젯밤에 때 아닌 라면을 끓였던 것이다. 집 앞에 왔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라면이나 먹구 갈래요?”라는 아!!! 그 흔하디 흔한 연인들의 클리셰인 바로 그 라면을 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