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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ctuary Sep 19. 2023

요가노트를 시작하며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

작년, 그러니까 2022년 5월에 생일을 맞으면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제대로 생일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나아가 생일을 기점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어서 한동안 꽤 고민했다. 그러다가 진짜로 진지하게 요가를 딱 1년 동안 꾸준하게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생각해보면 이십 대 후반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이 약해서 자주 배탈이 났고 남들보다 체력이 현저히 약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름 다방면으로 노력을 해왔다. 라켓볼, 테니스, 헬스, 필라테스 등등 여러 종목을 여러 해에 걸쳐 시도해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1년이상 꾸준히 해본 적이 없었고 그 때문에 단 한 번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요가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격하게 움직이는 운동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나마 요가와 필라테스가 제일 낫다고 판단하여 그동안 참 여러 곳을 다녀보았는데 운이 없었는지 나에게 딱 맞는 곳을 찾지 못했다. 비용이나 강사, 장소나 시간 등 여러 조건이 나에게 맞지 않아 조금 하다가 그만두곤 했다.


그래서 나에게는 '어디'를 택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했다. 한참을 여기 저기 알아보다가 가드너를 하는 친구 J가 강력 추천한 요가원에 무료체험을 가보게 되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꽤 거리가 있는 요가원인데 막상 가보니 한국 요가의 역사를 보여주는 요가의 본산지라고 할만한 곳이었다. 거울도 팬시한 장식도 없는 단순하고 소박한 공간에 남자 원장이었고 아버지에 이어 가족들이 2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곳이었다. 스포츠나 몸매관리가 아닌 '심각하게' 요가를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들, 장소의 아우라, 강사의 품격, 호흡과 마음을 조절해주는 철학적이고 진지한 방식. 그동안 내가 오랫동안 찾았던 바로 그런 곳이었다.


지난 1년 간 이 요가원을 일주일에 3번 이상 다니면서 찬찬히 내 몸 상태를 관찰할 수 있었고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를 조금씩 깨달을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1년을 다녔지만 그동안 누구도 나에게 무리하게 말을 걸지 않았고 그저 은은한 미소와 눈인사만 했다는 점이다. 그게 너무 편했다. 놀랍게도 나에 대해 슬쩍 캐묻거나 농담으로라도 말을 걸어온 사람이 없었다. 그저 요가원에 들어갈 때 나올 때 인사말을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수업 내용도 만족스러웠다. 원장님과 강사분들 모두 한결같이 명확하고 간결하게 지도했고 무리한 동작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적당히 도전적인 부분이 있어서 성취감이 있었다.


꼬박 1년 정도 지난 즈음에서야 오전 수업 지도를 하던 강사분이 나에게 요가지도자 과정에 등록해보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권유했다. 꼭 요가 강사가 목표가 아니라도 이 과정에 참여하면 요가의 본질적인 가르침과 철학에 대해서 이론적인 수업을 같이 하기에 아사나도 더욱 깊이있게 배울 수 있다고 추천했다. 나이도 많고 체력도 약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망설여졌다. 그리고 새로 뭔가를 또 시작하는 일이 두렵기도 했다.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요가 강사 자격증 과정은 보통 3개월~6개월인데 이 요가원 과정은 꼬박 1년이 걸리며 이론 수업 커리큘럼도 생각보다 꽤 난이도가 있는 콘텐츠였다 -요가생리학, 해부학, 명상, 우파니샤드, 요가수트라, 바가바드 기타, 호흡법과 요가지도법 등. 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동기와 목표를 가진 이들과 함께 과정에 참여하게 되니 적절한 친교 속에서 어느 정도 천천히 적응하면서 해볼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요가강사를 하고 싶은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고 능력도 안되지만, 요가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기에 용기를 내서 과정에 등록했다.


2023년 5월. 생일 기념으로 이 요가원에 들어온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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