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지만 새로 깨달은 나의 작업방식
오늘은 그냥 주저리주저리 최근에 했던 작품과 대화에 대해서 복기해보고 싶다.
4년 동안 연출을 3-4 작품 정도한 것 같다.
그러다 최근에 2달 동안 4-5 작품을 만들고 있다.
물론 예산에 차이가 있고 작품에 들인 시간에 차이가 있지만
감독에게 많이 찍어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많은 것을 배운다.
하지만 많이 찍으려면 돈이 많이 드니... 참 연습하기 어려운 직업 또한 맞는 것 같다.
10만 원 20만 원 드는 게 아니라 규모에 따라 100만 원 200만 원 아니 수천만 원 수억수십억이 뚝딱이다.
물론 수억수십억 단위의 작품을 찍어본 적은 없다. 하하.
여튼 그러니 매번 최선을 다해서 찍어야 한다.
또한 최선을 다해야 많은 것을 가져간다.
단순히 한 작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좀 멀리서 떨어져 봤을 때,
그저 지나가는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했을 때,
많은 것을 쏟아부어야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다.
만드는데 노력을 다하고 전에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생각보고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 그러다 언젠가 꽤나 괜찮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유튜브에 첫 작품인 [한 여름, 한 겨울]은 너무 오랜만에 배우 중심을 작품이었다.
현재는 내가 연출에 집중을 하지만, 촬영에 꽤나 몰입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로 많은 것들을 해결하려는 작품을 찍었던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사가 거의 필요하지 않고 행동 위주 또는 앵글로 많은 것을 설명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근데 [한 여름, 한 겨울]은 내가 쓰지 않은 작품으로 연출을 해본 작품이었고
대본의 양식도 시나리오보다는 희곡에 가까웠고
그리고 대사 위주의 대본이라 배우님들과의 소통이 아주 중요했다.
배우님들과의 소통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배우님들과의 작업은 대부분 즐겁다. (가끔 아닌 분들도 있지만 이번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나는 대본을 들여다보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작품을 공부한다는 태도로 임하는 식의 작업들을 좋아한다.
최근에 같이 했던 배우님이랑 나눴던 대화에서 깨달은 게 있다.
배우님이 말씀하셨다. 되게 디렉팅이 명확하고 원하는 지점들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음... 근데 아니다. 정해진 길은 있지만 정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수많은 선택지들이 동시에 있다. 마치 평행우주처럼.
그래서 명확할 수가 없다. 하나의 선택지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바라기도 한다.
만약 컷에 정답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 정답에 근접한 어떤 것을 스탭이나 배우가 깨부수고 더 좋은 게 있다면서 말해주기를 원한다.
근데 대신 NO는 있다고.
YES는 없지만 NO는 있다고.
작품을 만들 때, 당연히 정답이 없으니 YES가 나오기가 정말 힘든 것 같다.
간혹 나온다. 와 정말 좋다고.
근데 대부분이 그렇지 않고 NO를 발견하고 그걸 수정하고
컷에서 NO가 대부분이 사라지면 그때 OK를 내리는 것 같다.
이때 대화에서 깨달은 건, 같이하는 배우님들이나 스탭들이 힘들 수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따라 자신이 작품에 무언가를 채워 넣는 걸 좋아하는 배우나 스탭을 만나면
당연히 작업의 합이 잘 맞겠지만 무언가를 채워 넣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걸 실현시키는 걸 좋아하는 배우나 스탭이면
'뭘 원하는 거지? 명확한 오더가 없지?'라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아예 방향을 안 말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기준이 있고 방향이 있다. 하지만 섬세하고 정확하게 이미 짜여있는 주문을 하지 못한다.
나와 작품에 대한 시선을 공유하고 맞춰가며, 그들이 생각한 의견을 작품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는 절대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때에 따라가는 하지만 내가 하는 방식은)
배우, 촬영, 조명, 미술, 음향, 의상, 분장 등 조화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나는 혼자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연출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의 의견이 중요하고 그것들이 교류되는 과정에서 디벨롭이 많이 된다.
나 혼자서는 절대 좋은 작품을 못 만든다. 좋은 스탭과 배우들이 필요하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근에 박찬욱 감독님의 인터뷰를 봤다.
어떤 분이 했던 말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말을 했다.
박찬욱 감독님은 작품을 항해하면서 만드시는 분 같다고.
내가 박찬욱 감독님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나도 항해를 하면서 찾아가는 사람 같다.
과거 연극을 했던 때 배웠던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내 뼛속 깊이 자리 잡혀 있는 것 같다.
스타니슬랍스키가 했던 말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배우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현장에서는 다 까먹어야 한다고.
이 태도가 연출할 때도 똑같이 작용된다.
콘티 작업을 할 때도 최대한 정확하게 콘티를 짜려고 하고 필요한 것만 넣어놓으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때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배우과 스탭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같이 자주 했던 사람들은 나의 이 태도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는 모든 걸 뒤집어 엎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