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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국 Apr 24. 2024

영화 <틱, 틱... 붐!> 보셨나요?


생각보다 이 영화에 대해 빨리 쓰게 되었습니다. 영화광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가 아닐까요? 그 어려운 질문에 이제 저는 답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작품이 그 답이랍니다.


배우 앤드류 가필드의 작품관을 참 좋아합니다. 어릴 적 제게 시리즈 영화의 즐거움을 안겨 줬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배우죠. 이후 그의 출연 영화 <핵소고지>, 드라마 <천국의 깃발 아래>는 저에게 절대 쉽게 잊을 수 없는 여운을 안겨 줬습니다.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늘 깊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크게 본다면 ‘신념’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의 모든 작품이 말이죠. 그래서 내 신념, 내 의견, 내 입장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느라 그의 영화가 늘 오랫동안 제 옆에 머물렀던 것 같아요.


그런 그가 뮤지컬 영화라니. 상상도 안 갔습니다. 헐리우드 배우가 수준급 노래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 흔한 일이라지만, 앤드류 가필드가 그럴 거라는 생각은 못 했거든요. 이후에 알게 된 여담이지만, 린 마누엘 미란다 감독도 앤드류 가필드를 캐스팅해놓고 그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노래를 잘하는지 물었다고 하네요. 노래 실력도 모르는 채로 본인의 뮤지컬 영화에 캐스팅하다니. 이 감독도 범상치 않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어서 더 애정이 갔습니다. 앤드류 가필드의 노래에는 어떤 힘이 있었고, 린 마누엘 미란다 감독의 연출에서도 그 비슷한 힘을 느꼈기 때문이죠. 일종의 감동인데 감동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그 어떤 힘.... 아무튼 이 작품을 이루는 모든 것의 조화가 유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틱, 틱... 붐!>은 시작부터 정말 강렬한 임팩트를 줍니다. 자신의 생일을 알리면서 시작하는 ‘30/90’이라는 곡은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보고 싶은 이유가 되죠. 서른이라는 나이에 이뤄놓은 게 아무것도 없는 자신을 보며 더 없이 조급하고 그래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곡이지만 들을수록 조나단 라슨이 본인의 삶에 얼마나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가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어떤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볼 때면 늘 새로운 곡이 나올 때마다 이게 최고다 싶은데, 그렇지만 아무래도 ’30/90‘이 이 작품의 정체성 같습니다.


저 또한 조나단처럼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려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계비를 벌어들이는 다른 일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나 어디를 가나 나의 영감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조나단이 워크숍을 준비하는 그 모든 과정과 그 감정에 속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어쩔 줄을 모릅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다른 보통 사람들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하다고들 하던가요. 가끔은 이런 게 저주라고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모든 슬픔이 너무 고통스럽게 다가오거든요. 그게 내 슬픔이 아닐 때 더더욱 그렇기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사회의 슬픔, 타인의 슬픔. 하지만 내가 하는 일로 그 슬픔들을 해결할 수 없을 때 무한한 무력함을 느끼죠.


그 무력을 이겨내고, 아니 버텨내고 끝까지 내 꿈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은 가끔 아주 큰 것이어야만 합니다. 조나단이 스티븐 손드하임의 말 한 마디로 몇 년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처럼요. 혼자 감내하고 혼자 성장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타인의 인정이, 중요한 누군가의 말 한 마디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이 영화는 제가 제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도와 줬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다는 걸,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의외로 세상은 여러 번의 기회를 준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더 늦지 않게 도전해 봐야 한다는 걸 강하게 느꼈습니다.


촛불을 불기 직전에 끝나는 장면은 더욱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조나단을 떠올리며, 떠나는 순간마저 자신의 꿈을, 자신의 뮤지컬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갈구하고 있었을 그 열정을 되새겨 봅니다. 그가 남기고 간 음악들과 훌륭한 무대들은 여전히 명작으로 꼽히죠. 자신은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다는 서른 살의 그는 사실 누구보다도 더 많은 것을 이룰 사람이었기에 그렇게 조급해했던 게 아니었을까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조급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늘 노력했고 늘 갈망했기에 조나단은 성공할 수 있었을 겁니다. 자신의 성공을 확인하기 전에 떠났지만 어딘가에서 보고 행복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저도 한 발짝 더 나아가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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