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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국 Apr 17. 2024

영화 <로봇 드림> 보셨나요?

그리움은 이제 우리의 평생 숙명

*본 연재글에는 해당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구독 전 주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Do you remember

the 21st night of September

Love was changing the minds pretender

while chasing the clouds away



<로봇 드림>을 봤다면 몇 날 며칠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죠.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노래. 익숙하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노래. 하지만 가사를 찾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늘 도입부인 'Do you remember'만이 선명했고 후렴은 신나는 'Ba-dee-ya'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가사가 무슨 뜻인지 찾아 볼 생각은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아름다운 문장들의 나열에 영화의 여운이 배가 되어 버렸습니다.


'나는 늘 네 생각으로 가득하고, 너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네 손을 잡고, 우울한 대화와 사랑일 뿐이지만 우리의 사랑이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해'


노래를 들으면 둘의 행복했던 모습이 떠오르지만, 가사만 곱씹고 있다 보면 마치 남겨진 로봇이 도그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계속 너를 생각하고 있어. 나를 잊지 마. 또는 매일 밤마다 도그가 로봇에게 보낸 텔레파시 같기도 하죠. 나는 너를 잊지 않았어. 조금만 더 나를 기다려 줘.


잠에 들 때마다 모래사장을 벗어나 도그의 집으로 돌아가던 로봇의 꿈이 반복될 때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면서 한없이 안타까워집니다. 영화 <애프터양> 기억하시나요? <애프터양>을 좋아하신다면 <로봇 드림>을, <로봇 드림>을 좋아하신다면 <애프터양>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나의 가족이 되어 버린 로봇, 내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되어 버린 로봇이 단순 결함의 문제로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나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로봇이니 '결함'이라고 하는 것뿐, 인간으로 치면 병으로 수명을 다해 헤어지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을까요? 로봇이냐 인간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그들 사이에는 '관계'가 있을 뿐입니다.


도그가 로봇을 구매하게 된 계기를 보면 현재 우리 대부분의 삶과 다를 게 없습니다. 더 이상 볼 게 없는 채널을 의미없이 돌리고, 혼자 먹기에 신경쓸 것도 없는 레토르트 식품으로 의무적인 끼니를 챙기고, 창밖으로 보이는 어떤 단란한 모습들에 본인의 모습이 초라해지고. 단순히 연애감정의 외로움이 아니라는 건 이 감정을 느껴 본 사람들이라면 당연 아시겠죠. 그래서 도그와 로봇의 관계가 무엇일지 추측하며 보는 것도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입니다.


어떤 관계이든 그들의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친구였든, 연인이었든, 가족이었든 그 관계의 정의에는 의미가 없다고 봐요. 다만 그 관계를 생각해 보는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공통적으로 느껴졌다면 이 영화를 충분히 잘 감상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사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각자의 집에 로봇을 하나씩 두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로봇 드림>처럼 내 모든 걸 함께할 수도, <애프터양>처럼 이별을 맞이할 수도 있겠죠. '감정도 없는 로봇이랑 어떻게?' 따위의 생각을 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애프터양>처럼 사랑을 할 수도, <로봇 드림>처럼 꿈을 꿀 수도 있는, 인간과 아주 유사한 존재의 로봇을 만드는 게 어렵지 않은 이 시대에 어쩌면 우리도 겪을 수 있는 그 상황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로봇 드림> 참 대단하지 않나요? 인간이 아닌 동물을 주인공으로 세움으로써 그 다양성을 보여 주는 동시에 우리가 영화 속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끔 합니다. 주인공이 인간이었다면 우리는 영화에 스며들기보다 계속해서 의심하거나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겠죠. '나라면 저러지 않을 거야', '저럴 사람이 어디 있겠어?' <로봇 드림>은 현실적인 스토리와 픽션의 존재를 활용해 우리의 삶에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틈틈이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계절이 흐르면서 우리는 동물들에게 너무나도 유사한 부분들을 발견하게 되죠.


만남과 이별, 그리움과 기억이라는 게 이토록 단순하고 사무칠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인간과 로봇이라는 존재는 전혀 단순하지 않지만 어쩌면 그 관계를 넘어서 모든 걸 성립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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