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진에게 보내는 아빠의 영화유람기(3)
지금 가지고 있는 영화 타이틀 중에, 코엔형제(조엘코엔+에단코엔)의 영화는 블루레이로 <파고>, <블러드 심플>, <헤일, 시저!>, <시리어스 맨>,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DVD로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CE>를 가지고 있으니 찾아보렴.
(이 블루레이는 언제 구매해서 언제 감상했고, 언제 감상글을 썼는지 기록이 없어. 초창기에는 체계를 못 만들어서 정보가 누락되어 있는게 좀 많이 있단다)
이 대사가 인상 깊었어. 이 대사를 실제로 아빠 입으로 내뱉는 날이 오지 않길 바라.(영화를 보면 뭔 소린지 알거야.) 봉준호 감독이 인상깊게 본 영화라고 해서 봤는데, 봉감독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블랙코미디 요소가 종종 등장 한단다. 제목 FARGO는 실제 지명이라고 하는데, far go 라고 읽으면, ‘점점 멀어진다’, ‘점점 (일이)꼬인다’ 라고 해석이 돼. 여기까지. 눈 부실정도로 새하얀 설원 위에 흩뿌려지는 새빨간 피가, 극명한 대비를 이뤄 영화의 긴장감을 더 고조시키는 포인트도 놓치지 마. 꼬인형제, 아니 코엔형제 영화의 플롯은, 이름그대로 ‘꼬인’것들이 많다. 아니, 거의 다 ‘꼬’고, ‘비틀었다’고 보면 된다. 부조리. 내 뜻대로 되는게 없음. 이런 것들의 총체.
잡담)
<X-MEN 아포칼립스> 진이 네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리동이 시절. 네 태명 '리동'은 '리치 동생'의 줄임말) 엄마랑 같이 봤는데, 거기 나온 진그레이를 보고 엄마랑 아빠 둘 다 탄성을 내질렀지! "진이 갑(甲)이구나!"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는 논외로 하고, 일단 우린 영화의 감동, 아니 진그레이의 놀라운 파워가 머리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배 속에 있는 너의 이름을 진그레이(Jean Grey), 아니, '진'으로 결정했어! "역시 진이 갑이야!"를 외치면서 말야. (진지했다) 근데 나중에 엄마가 네 여권을 만들러 구청에 갔을 때, 담당직원이 '진'의 영문이름 표기는 JIN 이외에는 안된다고 했대. 그래서 할 수 없이 JEAN을 JIN으로 바꿀 수 밖에 없었어. 네 여권에도 그래서 JIN으로 되어있단다. 왠지 파워가 좀 떨어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2021년 다섯살이 된 너는, 힘이 황소보다 쎄다!
구매: 20181116 / 구매처: 알라딘중고매장 합정 / 제품상태: 중고
DVD를 열면, 흑백버전과 컬러버전 2disc가 들어있어. 아빠는 흑백버전으로 봤는데, 뭔가 시대배경이 1950년대라그런지 느낌이 잘 어울렸어. 카터버웰의 《Ed Returns Home》이라는 피아노곡이 잔잔히 흐르며 주인공 에드의 건조한 나레이션이 저음으로 깔리는데, 마치 나른한 오후에 담배연기 뿌연 이발소 안에서 할 일 없이 빈둥대며 앉아있는 느낌이랄까. 참고로 카터버웰의 피아노곡은 베토벤 소나타 23번 Op.57 Part2 Andante 앞부분의 테마를 편곡한 곡이래. 코엔형제는 역시, 인생 ‘꼬이는’ 이야기 설계엔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구매: 20181212 / 구매처: 알라딘 온라인 / 제품상태: 판매자 중고
‘꼬이는’ 영화 전문 코엔형제의 영화를 보는듯, 인물과 사건간의 연결 설정이 꼬일대로 꼬인 영화. 내용상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므로,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사전 정보를 살펴 본 후 보도록 하자. 아빠는, 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고, 주요한 ‘공간’이며 ‘길’이기도 한 ‘황해(黃海, Yellow Sea)’를, 마치 함수기계 같다고 생각했어. 함수기계는 재료를 넣어 새로운 값을 만드는 틀 이라고 보면 되거든? (참고로 아빠는 수학을 정말, 못했단다.)
주인공 구남은, 엄청난 빚 때문에 깨질대로 깨져버린 일상 속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이런 그의 삶을, 360도 바꾸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신분 세탁’의 기회가 생긴다. 바로 ‘황해’를 건너갔다 오는 것. 구남은 잘 다녀올 수 있을까?
{스포일러 있음! 영화를 다 봤다면 보거라} 결국 구남은, 블랙홀같은 거대한 함수기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고 말지. 꽤 긴 영화는 다음의 4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아빠는 이 영화의 큰 주제가 <오도가도 못함>이 아닐까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챕터 제목들이 다 이런 ‘오도가도 못하’고 불확실하게 한 공간, 또는 편견, 차별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심경을 반영했단 느낌이 들어. [1.택시운전사]: 자유롭게 운전하는 운전사같아 보이지만, 빚을 값기 위해 일해야만 하는 난처한 구남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2.살인자]: 자의가 아닌, 청부살인을 목적으로 한국에 온 구남은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해야만 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열흘. 그는 거의 같은 동선으로 움직인다. 벗어날 수 없는 난처함이 이 챕터에도 드러난다. [3.조선족]: 김태원(+면가)과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조선족 구남. [4.황해]: 결국 고향으로도, 원하던 새로운 신분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황해에 갇혀버리게 된 구남.
왜 이영화를 다 보고서, 코엔형제 영화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을까가, 이제야 명확해지는 거 같애. 그들 영화에 담긴 주제의식 역시, ‘오도가도 못하는’, ‘난처한’, ‘Far go(점점 꼬인다)’ 거든. 황해는, 동해와는 다르게 수심이 낮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데, 육지에서 흘러드는 토사들 때문에 물이 시뻘겋게 보여서, 서해가 아닌 황해로 불려. 뭔가 수영을 해도, 몸이 더러질 거 같은 느낌이랄까? 신분세탁의 목적은, 시작부터 요원했던게 아닐까 하고, 제목을 떠올리며 다시 생각해 본다. 러닝타임은 길지만,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해보니 잘 짜여진 구성의 영화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네. 이 글을 읽고 있을 진이는 지금 혹시, ‘황해’에 들어가 있니?
※ 유사한 영화 : [Blu-ray] 악마를 보았다 (이런 류의 슬래셔무비를 좋아한다면 같이 봐라.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