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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랩 May 10. 2024

[JIFF 데일리] 떠오를 때마다 외워두고 싶어

<지상의 시>

지상의 시(Terrestrial Verses)

알리 아스가리, 알리제라 하타미

Iran | 2023 | 77min | DCP | Color | Fiction | 전체관람가 | Korean Premiere


<지상의 시>는 각계각층의 평범한 사람들을 따라가면서, 사회 당국이 그들에게 부과한 문화적, 종교적, 제도적 제약을 맞닥뜨리는 순간을 보여준다. 삽화의 모음과 같이 구성된 이 영화는 얽히고설킨 사회에 대한 미묘한 초상화이다.






'테헤란'은 어쩌면 국내에서 이란의 수도라는 사실보다 서울 강남구의 온갖 기업들이 몰려있는 메인 도로로 더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다.


© 전주국제영화제


"Terrestrial Verses"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지구에서,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으며, 하나의 주제를 외치는 에피소드들이 '시'의 연처럼 이어진다.


인구의 99.4%가 (통계상으로는) 이슬람을 믿는 '이란'은 현지에서 술을 마실 경우 징역까지 살아야 할 정도로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1세기를 살아가는 비이슬람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억압과 차별이 국가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이다.


좌 - <축구광 자흐라> / 우 - <노 베어스>


지난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이란의 다큐멘터리 <축구광 자흐라>는 테헤란의 축덕 '자흐라'가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기 위해 '남장'까지 하는 비극을 웃프게 보여주었고, 최근 개봉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노 베어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유명 감독이 그로 인해 자국에서 출국금지를 당한 비극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지상의 시> 역시 자국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를 매우 풍자적으로 연출하였다. (돌려 깐다)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데이비드'로 짓고 싶었던 남자가 영어(그것도 기독교식) 이름이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거부당하며, 이란의 위대한 이름들을 강요받는 에피소드로 영화는 시작된다. 


© 전주국제영화제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공무원을 마주한 한 남자는 온몸에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매년 운전면허 갱신을 강요받고, 경찰을 마주한 한 여자는 운전자 본인밖에 없던 '자동차' 안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에 처한다. (심지어 카메라에 찍힌 사람은 본인도 아니었다)


7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9개의 에피소드가 짜임새 있게 구성된 영화는 자국 감독이 작품으로 인해 출국금지까지 당한 선례를 목격하였음에도 적폐를 적나라하게 까는 작품을 내놓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냥 '까는' 영화가 아니라, 재미까지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세계 3대 영화제의 수상작을 다수 배출한 국가임에도,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국내 개봉을 더욱 소원하는 이유이며,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19편의 작품 중 이 영화를 콕 집어 소개하는 이유이다.


Salam.



프론트라인 - <지상의 시> -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스케쥴


2024.05.02(목) 14:00 |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27)

2024.05.04(토) 21:30 |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378) 

2024.05.10(금) 14:30 |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927)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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