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품이 진짜와 싸워 이기는 시대
<분노의 질주: 홉스&쇼>는 영장류 중 최강이라 할 수 있을 두 남자, 드웨인 존슨(루크 홉스 역)과 제이슨 스타뎀(데카드 쇼)이 몸의 일부를 로봇으로 개조한 남성 이드리스 엘바(브릭스턴)와 인류 미래를 두고 한 판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다. 1:1 주먹질에선 적수가 없을 줄 알았던 두 남자, 특히 드웨인 존슨이 싸움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며 관객은 모종의 공포감을 느낀다.
그건 가까운 장래에 인간은 결국 모조품에 대체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드웨인 존슨의 우락부락한 팔만큼 '인간의 강함'을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이 어디 있겠는가. 근육만으로 액션 장면에 설득력을 부여했던 그 남자들은 이제 컴퓨터를 몸에 심은 인간, 또는 인간을 숙주로 삼은 컴퓨터에 힘으로 밀리는 처지가 됐다. 아마도 그 컴퓨터들이 닮고자 했던 '강함'은 드웨인 존스와 제이슨 스타뎀의 그것을 모사한 것일 테지만, 모사품은 진품을 능가하고야 만다.
몇 년 후에 제작될 영화 서사에선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 또한 AI(인공지능)에 몸을 내줘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AI와 합쳐진 영웅에게 인류 평화를 맡기고, 또 그들과 사랑에 빠질 것이다. 수많은 모사품의 이미지를 나열하며 원본과 복제품의 관계에 대해 물었던 앤디 워홀의 질문을 머잖아 예술이 아닌 실생활에서 빈번히 던지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국내 개봉한 시기가 마침 조시 테트릭 저스트 대표의 내한과 겹친 것은 상징적으로 느껴진다. 저스트는 액체형 대체 달걀 '저스트 에그'를 대표 상품으로 갖고 있는 미국 푸드테크 기업이다.
저스트 에그로 만든 스크램블의 식감은 계란으로 만든 것과 흡사하고, 그 맛도 나쁘지 않다는 게 먼저 체험한 사람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맛이 두부 또는 녹두전에 가깝다고 한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 가열하자마자 물처럼 증발해버리던 것을 겨우 8년 만에 '계란 식감'의 '꽤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었으니 실제 달걀 맛을 구현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환경에 미칠 악영향도 적고, 동물 학대 가능성도 없는 육류 대체 식품은 앞으로 더 많은 인기를 끌 것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를 뿐만 아니라, 맛까지도 좋다는 점 때문에 언젠간 실제 고기와 계란보다 환영받을 날이 올지 모른다. 환경 파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게 됐을 때, 식물성 육류는 진짜 고기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 20년쯤 후에는 실제 고기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첫 육류 경험을 '비욘드 미트'나 '저스트 에그'로 하는 세대도 탄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 '유사 고기'와 '대체 계란'을 먹으며 떠올리는 '진짜'의 맛은 도대체 무엇일까. 대체 육류가 한 단계 씩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지금의 세대가 "오, 이제 정말 고기 맛이 나는데"라고 할 때, 미래 세대는 무엇을 기준으로 대체 육류 완성도를 평가할 것인가.
철학자들이 가상의 세계에서 치열한 사유로 고민하며 도출했던 질문들을 이제 우리는 고기를 먹고, 친구를 사귀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일상생활 속에서 던져야 할 세계에 살고 있다. 실제 고기의 단점을 제거해버린 대체 육류를 먹듯, 미래엔 실제 애인의 장점만 살린 모조 남자(여자)친구와 사귀게 될지도 모른다. <분노의 질주: 홉스&쇼>는 이런 주제에 아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데 성공한 영화로 보인다. 그것은 역시 앞서 서술했듯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로 강력한 경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드웨인 존슨의 육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