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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프레소 Nov 20. 2022

신부의 전용기 추락 염원과 '미션 임파서블 3'

[씨네프레소] 영화 '미션 임파서블 3' 리뷰


토요일마다 매일경제 온라인 코너에 연재 중인 '씨네프레소'를 브런치에 옮겨 담는 작업을 합니다. 오늘 글은 2022년 11월 19일에 올린 '미션 임파서블 3' 리뷰입니다.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전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1967~2014)은 악역을 멋지게 소화하는 배우였다. ‘리플리’(1999), ‘펀치 드렁크 러브’(2002) 등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이미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린 주인공 약점을 비열하게 파고들며 숨도 못 쉴 지경으로 만들어 놨다. 또, ‘마스터’(2012)에선 사기꾼이지만 인간적으로 연약한 모습을 자주 노출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분하면서, 출연 분량이 많든 적든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늘 변하는 그는 뻔하지 않았고, 다작하면서도 다채로웠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는 공동체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난도 높은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오늘 소개할 ‘미션 임파서블 3’에서 그가 연기한 오웬 데비언도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한다. 쉽게 흥분하지 않는 오웬 데비언은 늘 감정적인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대비를 이룬다. 보통의 악역처럼 주인공의 나약함을 조롱하는 걸 넘어서 그는 에단의 성격적 결함을 꼬집는다. 세계 평화 수호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에단은 어쩌다 악당에게 인격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됐을까.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미션 임파서블 3’에서 악역을 멋지게 소화해낸다.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일선에서 물러나 가정 챙기려고 했는데, 새로운 미션을 받았다


이야기는 에단 헌트의 약혼식 날 시작된다. 정보기관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에이스 요원이었던 에단은 후배들을 키우는 트레이너로 자리를 옮겼다. 전보다 여유가 생긴 만큼 무엇보다 가정을 먼저 챙기는 남자가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오웬 일당에게 납치된 동료를 구출하는 팀을 이끌어달라는 메시지를 받으며 그의 인생은 다시 한번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원한다면 거절할 수도 있었겠지만 에단은 위험에 빠진 동료를 외면할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다. 그리고 조직은 그의 의협심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에단이 지령을 확인하면 수 초 후 자동 폭파되는 메신저로 ‘미션 임파서블 3’에는 일회용 카메라가 쓰였다.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정의롭고 유능한 그는 동료를 적진에서 구출하는 데 성공하지만, 동료의 두개골에 삽입돼 있던 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는 데는 실패한다. 그녀는 에단이 직접 교육한 요원이었다. ‘작전에 투입돼도 될 수준’이라고 에단이 추천한 후배는 그녀가 처음이었다. 에단이 오웬에게 살의를 품는 것은 자연스럽다. 북한과 파키스탄, 테러 조직에 무기와 무기 제조법을 넘기는 오웬이 전 지구적 측면에서도 악의 축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살해당한 요원은 에단이 직접 교육했다. 그가 오웬에게 살의를 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적이 죽은 동료 모욕하자, 이성을 잃어버렸다


IMF 전매특허인 얼굴 변장술을 활용해 오웬을 기절시켜 납치한 에단은 그를 비행기에 태워서 호송한다. 에단은 정신이 든 오웬에게 취급품과 거래처 등을 묻지만 오웬은 “이름이 뭐냐”며 “여자친구나 애인이 있느냐”고 딴소리로 응수한다. “그녀가 누구든 내가 찾아서 상처를 줄 것”이라고 말하는 오웬의 목적은 뚜렷해 보인다. 에단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그녀가 피 흘리며 널 불러도 넌 도와줄 수 없어. 너 살기도 바쁠 테니깐. 그녀 앞에서 널 죽일 거야.” 여기까지만 해도 분노를 다스리던 에단은 다음 도발에 넘어가 버린다. “네 금발 친구 당한 꼴 봤잖아. 그 정도는 장난이야.”

에단은 최첨단 마스크를 써서 오웬으로 변장한 뒤 그를 납치한다.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에단은 비행기 문을 열고 오웬이 앉은 의자를 밀어버려 바깥 방향을 향하게 만든다. 오웬과 의자를 연결해둔 장치를 하나씩 끊으며 그가 밀거래하려는 ‘토끼발’이란 물건의 정체가 무엇인지 묻는다. 동료들은 제발 그에게 이성을 찾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가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범죄자와 같은 수준의 협박을 하는 것은 그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에 이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토끼발’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웬이 죽어버리면 전 세계가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가까스로 에단이 제정신을 찾았을 때 오웬은 짧고 묵직하게 얘기한다. “내가 누구한테 뭘 팔아먹는지를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에단.” 동료들이 흥분한 에단을 말리며 이름을 부르는 동안 오웬은 비밀 요원인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다.


영원히 고통받는 톰 크루즈의 에단 헌트


이후 에단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버린 오웬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떡밥의 제왕’으로 불리는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상업영화 연출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토끼발’의 정체를 미지의 상태로 둔 채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배신자와 아군, 적군이 누구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2018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까지 시리즈가 6편이나 지속되는 동안 끊임없이 고통받는 에단은 여기서도 아내가 납치당하고, 자기 머리에 폭탄이 설치되는 극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끝내 일어나는 모습으로 보는 이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주로 각본 집필과 제작을 하던 J.J. 에이브럼스는 상업 영화 감독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스케일 있는 액션 장면을 만들어냈다.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다만, 에단은 늘 지나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가 조금만 더 비밀 요원으로서 품위를 지킨다면 그 정도까지 고통을 겪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오웬을 죽일 듯 협박하지 않았다면 에단의 이름이 노출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마 오웬이 그의 신상을 파악하는 데도 조금 더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에단은 지나치게 흥분하는 바람에 오웬에게 본명을 노출해 버렸다. 그런 사건이 아니었다면 적이 그의 아내를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렸을지 모른다.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적을 대하는 태도가 인격을 말해준다


자신과 주변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현실적인 부분 외에도 에단의 다혈질적 성격엔 문제가 있다. 인격의 어두운 부분이 너무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에단과의 통화에서 오웬이 지적한다. 에단이 비행기 밖으로 자신을 매달았던 일을 언급하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You can always tell someone’s character by the way they treat those they don’t need to treat well.” 즉, 잘해줄 필요가 없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한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부부의 로맨스가 극대화된다.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에단의 입장에서 보면 오웬은 적 중의 적이고, 잘해줄 필요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봐도 그는 죄질이 나쁜 범죄자일 뿐이다. 그러나 오웬이 악인이라는 증거를 아무리 많이 가져와도 에단이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그를 죽음 직전의 상황까지 몰아간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비행기에서 그는 마지막 끈마저 끊어 오웬을 죽일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오웬이 악당임을 아무리 많이 증명해 보여도 에단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팩트는 그것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에단의 승리는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그는 누군가가 적이라고 판단되면 비행기 밖으로 떨어뜨려 죽일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란 점을, 바로 그 적에게 들켜버렸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온전한 승리감을 허락하지 않는 악역들이 있다. ‘미션 임파서블 3’에서의 오웬, ‘다크나이트’에서의 조커가 그렇다. [사진 제공=해리슨앤컴퍼니]

겨우 적폐 세력을 비난하기 위해 당신의 신념을 포기할 건가


오웬이 남긴 한 마디는 요즘의 한국 사회에서도 고민해볼 거리를 남긴다. 좌우를 막론하고 우리 편이 아닌 것에 대해선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도 괜찮다는 생각이 만연해지는 모양새다. 최근엔 성직자가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염원하는 글을 올렸다가 지탄을 받기도 했다. 정의를 사랑했던 그들은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공의(公義)로운 세상의 도래를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성직자들의 생각처럼 현재의 정부는 반민주적일 수도, 악마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껏해야 적폐 세력밖에 안 되는 정치인과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 혐오와 저주의 언어를 입에 올릴 필요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들이 평생을 기도하며 믿었던 가치는 무엇인가.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했던 신을 향했던 그들의 신앙은 고작 적폐 세력을 비난하기 위해 무시해도 좋을 만큼 초라한 것인가.

시리즈 7편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의 예고편도 공개됐다. 2023년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한 사람은 면직 처리, 또 한 사람은 정직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직업상 불이익을 받기 전에 이미 더 큰 치명타를 입었다. 굳이 잘해줄 필요가 없는 사람을 상대할 땐 신앙도 신념도 버릴 수 있는 인격의 소유자란 점을 온 세상에 알렸기 때문이다. 오웬의 말은 갑질 폭로로 한 방에 무너지는 재벌과 연예인 사례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자신보다 을이라고 생각해서 상대방을 하대하던 도중에 인격의 바닥이 드러나 버린 것이다. 너무 악해서, 또는 너무 약해서 굳이 잘해줄 필요가 없는 사람을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당신 인생에서 가장 큰 위기를 지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

‘미션 임파서블 3’ 포스터. [사진 제공=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

OTT 영화와 드라마를 리뷰하는 '씨네프레소'는 다음, 네이버 등 포털 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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