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온다(来る)'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일본에서 호러대상을 수상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온다'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상영되었을 때, 모든 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도 고마츠 나나가 출연하는 작품이라 한편으로는 내심 고마츠 나나의 한국 방문을 기대했었는데, 어찌되었든 고마츠 나나의 출연작이라 꼭 봐야겠다 싶은 작품이었다.
아내와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히데키(츠마부키 사토시)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전화를 받게 된다. 어릴 때 그를 쫓아왔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미지의 존재. 히데키는 자매 퇴마사 마코토(고마츠 나나)와 코토코(마츠 다카코)의 도움을 받아 싸우기로 결심하지만 그에게도 비밀이 있다.
딸을 돌보는 사진과 육아 일기를 블로그에 올리며 육아 아빠로 인기를 끌던 히데키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 집에서 마주쳤던 악령이 다시 나타나 그와 가족을 위협하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민속학 대학교수인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친구의 도움으로 오컬트 작가 노자키와 영매 마코토를 만난 히데키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지키고자 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코토코 역을 맡은 '마츠 다카코'라고 할 수 있겠다. 워낙 고마츠 나나에 관심을 가졌던 터라 이에 가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배우였는데, 고마츠 나나보다 좀 더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비중과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차가우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고, 강력한 퇴마사의 느낌을 뿜어내는 코토코라는 캐릭터. 목소리도 어찌나 완벽한 연기였는지. 츠마부스 사토키도 공포감에 휩싸인 인물의 모습을 나름 잘 표현해냈다. 그리고 사심을 가득 담아 고마츠 나나의 모습은 언제, 어떻게 봐도, 어떠한 역할을 맡든 새로웠다. 좋았다는 뜻이다.
'온다'는 공포 장르의 영화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 장르 분위기에 더 가까운 것 같다고 느껴졌다. 물론 장르가 공포 영화는 확실한데, 공포 영화라 하기에는 뭔가 애매한 느낌이었다. 일본 특유의 공포감과 공포 영화의 전개 방식은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긴장감을 살리는 방식에서는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시키는 것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 작품의 중요한 한 가지를 짚으면 영화 '온다'는 '원작'의 힘을 다 뒤엎어버린 영화라는 점이다. 원작을 보고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라면 꽤 많이 실망할 수 있을 듯 하다. 영화 자체가 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원작의 파워와 구성, 전개, 스토리에 비하면 영화는 꽤 많이 압축되어 있을 뿐더러, 캐릭터의 매력이 코토코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원작은 호러대상을 수상한 작품이지만, 영화는 이러한 원작만큼의 위엄과 공포감을 갖고 있지 못했다.
또 하나 문제는 여기 스토리에서 미지의 존재, 즉 악령이 왜 주인공들을 노리는지도 영화 내에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공포 영화 장르에서는 악령이나 악당이 왜 선한 주인공들을 노리는지에 대한 원인이나 이유가 어느 정도는 드러나는 게 일반적이다. 후반부에서라도 왜 그랬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오기 마련인데, '온다'에서는 악령의 모습과 캐릭터성을 잘 표현하지 못했고 왜 그러는지에 대한 이유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후반부에 가면 점차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 둘 풀리기 시작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어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라면 아쉬운 점이 많이 남을 것이다. 근데 고마츠 나나의 팬이라 나나를 보려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글 / 씨네리와인드 한재훈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