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 / 김재철, 윤찬영, 김민주 주연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너 정말로 괜찮니?"
이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누구에게 물어도 상처 없이 완벽하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사람에 치이고, 세상에 데었던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너 정말로 괜찮니?"라고 묻는다면 쉽게 "괜찮아"라고 얘기하기 힘들 것이다.
이성태 감독의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벼랑 끝 위기에 놓인 위태로운 아이들과 실패와 실수를 반복해도 언제나 그들 편이 되어주는 교사 민재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원작으로 한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영화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감독은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삶에 하나씩 문제를 지니고 있는, 일명 사회가 '비행청소년'이라고 부르는 이들이다. 없는 형편에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지근(윤찬영 분)은 끊임없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삼촌에 시달리고, 매일 술에 빠져 신세 한탄하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살고 있는 용주(손상연 분)는 매일같이 돈을 요구하는 불량 청소년들에 시달리며, 현정(김진영 분)은 밤에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뒷전으로 미뤄둔다.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면에서는 능숙하다. 항상 아이들을 이해하고 이들을 구원시키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는 민재(김재철 분)는 '준영'이라는 한 학생의 실패 사례부터 그 이후 선생으로서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까지 잘 그려진 모범적인 캐릭터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둔 용주와 폭력을 휘두르는 삼촌과 같이 살다시피 하는 지근 등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듯한 느낌의 캐릭터는 아쉬운 부분이다.
비행청소년으로 그려지는 이들 중 비행청소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본인이라고 원하지 않았을 이들의 행동은 '반항'과 '의존'의 형태로 나타난다. 상처가 많을수록 세상을 향해 여는 마음이 작은 것처럼, 이들은 쉽사리 누구를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모습과 내면을 숨기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이며, 이들이 비행청소년이라고 낙인찍힌 것은 특정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 하나는 배우 '김민주'다. 이 영화가 발굴해낸 보석은 '아이즈원'의 가수 '김민주'가 아닌 배우 '김민주'로서의 가능성이다. 비록 김민주가 맡은 '수연'이라는 캐릭터의 역할과 수연에게 일어나는 작위적이고 극적인 사건이 꼭 필요했나 싶긴 하지만, 더욱 발전이 기대되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전국 딱 한 곳, 아직까지 상영하는 극장을 찾은 이유도 이 때문이었는데, 수연이라는 캐릭터는 주인공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소화해냄과 동시에 극의 흐름을 강조하며 메세지를 전하는 매개, 감초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의 중간중간 나오는 배경 음악이 너무 크게 들려 신경이 쓰였던 점, 화면 전환에서 검은색 화면이 많이 등장했다는 점, 과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은 중후반부 극적인 사건의 연속은 아쉬운 요소였지만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가 전하고자 하는 위로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사회에서 어른들에 의해 상처 받는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에게까지 어제의 일로 인해 오늘 사랑받지 못한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정말 괜찮냐고 물었을 때 정말 괜찮다고 대답할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위로를 받고 조금 더 괜찮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글|씨네리와인드 한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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