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씨네리와인드 Jul 06. 2019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지만 표현에는 실패한 영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버드 케이지'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은 기대했던 영화가 '버드 케이지'라는 영화였다.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될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보라고 했던가. 영화 중반부까지만 해도 "아직까지는 괜찮아" 싶던 영화가 계속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난잡해지기 시작한다. 반전은 없었다. 영화는 끝까지 난잡함의 연속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의 배경은 머지 않은 가까운 미래다. 길을 걷던 젊은 남자는 벤치에 앉아 있던 한 할아버지에 의해 정신병자로 지목한다. 이어 주변 사람들마저 그런 젊은 남자를 보고 '미치광이', '정신병자'라고 부르고, 남자는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으로 보이는 곳으로 끌려간다. 그러나 병원은 이상함의 연속이고, 남자는 병원에서 탈출하고자 한다. 정신병자라고 끌려온 정신병원에서 멀쩡하게 보이는 것은 끌려온 남자뿐이라 생각될 만큼.

  

영화 속 멀쩡해 보이는 남자 주인공이 오히려 미친 것 같은 정신병원에서 겪는 일들을 보며 관객들은 자신들이 정신병에 걸리는 듯한 착각을 받게 된다. 폭력을 휘두르는 의사와 간호사들, 이들이 치료 방법이라는 전기고문, 그리고 밤마다 나타나는 사람인지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존재들의 출현 등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행동부터 소재까지 영화 속 하나하나가 무슨 의미인지 찾고자 하게 된다.  


▲ 영화 '버드 케이지' 스틸컷.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남자 주인공과 계속해서 같이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이 있다. 여자는 신비롭다. 알 수 없다. 남자에게 너의 운명을 다하여야 한다고, 자신을 구하러 온 게 맞느냐고 물어본다. 새장에 계속해서 갇혀 있는 그녀는 끊임없이 이상한 말을 한다.  


"카나리아는 우는 법을 까먹었어.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갇혀 있는 여자, 즉 '새(Bird)'에게 '새장(Bird Cage)'은 당연히 구속을 의미하고 있다. 새장은 억압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소재임과 동시에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의지를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영화에서는  초반, 그리고 중반부에 잠시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 시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새장이라는 소재를 보면 새는 자유를 억압받는 존재이면서, 자유를 꿈꾸는 갈망을 뜻하기도 한다.  


나카타 케이 감독의 '버드 케이지'는 충분히 전하고자 하는 말들은 있다. 영화에서도 나오고, 후반부에 직접 한 여자 인물을 통해 직접적으로 세상을 비꼬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나름 분명하다. 허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그러한 메세지들이 와 닿기 힘들다. 어떻게 보면 너무 꼬았다고 할까, 혹은 기괴한 분위기가 너무 세서 관객들이 영화의 메세지를 받아 들일 틈이 없다고 할까. 분명히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알겠으나, 전달하는 방법이 과하게 표현되었고 그렇기에 영화 자체가 '분위기'에 스스로가 사로잡혀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는 실패한 게 아닌가 싶다. 



▲ 영화 '버드 케이지' 스틸컷.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글 / 씨네리와인드 한재훈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매거진의 이전글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한 AV 배우가 보여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