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속력을 늦추는 방법>

by 이지은


시간은 자기 나이만큼의 속도로 흘러간다고 한다. 10살 때는 10킬로, 50살에는 50킬로. 100세 시대에 정말 백 살이 넘게 살게 된다면 과속으로 죽게 될 것만 같다. ChatGPT에게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 느끼는 이유’를 물어보니 기억 압축 효과, 도파민 변화, 주의력 분산 등등 여러 이유를 말해 준다.


그중 특히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새로움의 감소’. 어릴 땐 모든 게 새롭고 낯설어서 뇌가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지만, 나이 들면 일상 속에서 새로운 정보가 줄어 뇌의 정보처리 속도와 집중력이 감소해 시간이 빨리 간다 느낀다는 것이다. 그럼 시간이 천천히 가도록 새로운 경험을 하며 뇌를 깨우면 되겠다 싶지만, 실천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일론 머스크처럼 매 순간 모험하고, 새로운 시도에 과감히 지를 수 있는 성향을 타고났다면 모를까. 티끌 같지만 매달 들어오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선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해야 한다. 젊었을 때야 새벽 출근과 끝없는 야근 속에서도 잠을 줄여가며 일탈을 하지만, 나이가 들면 체력도 받쳐 주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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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금이라 사는데 돈이 든다. 모든 걸 갖고, 모든 걸 해볼 수 있기에 삶이 진부하다 느끼는 부자들도 있겠지만, 일단 보통 사람들에겐 그렇게 느낄 기회조차 없으니까. 그렇다고 이런저런 핑계만 대며 손 놓고 살 수는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볼밖에. 늘 하던 루틴을 깨고 샤워할 때 몸부터 씻고 머리라도 감으면 조금이라도 시간의 속력을 늦출 수 있으려나. 매일 걷는 길을 벗어나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가 보고, 평생 안 먹어 봤던 낯선 이름의 음식도 도전해 봐야겠다. 소중한 건 늘 옆에 있을 땐 잘 몰라서, 다 지나가고 나면 왜 그리 허비했을까 후회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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