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와 F 사이에서 널뛰기>

by 이지은


10여 년 전 몇백 개의 설문을 거쳐 나온 나의 MBTI는 INTP였다. T이기는 하지만 F가 49% 정도로 간당간당 턱걸이였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적이 되어가니 지금 다시 검사를 하면 F 성향이 89%는 나오지 않을까. 감정의 노예. 호르몬의 장난 때문인지 요즘엔 하루에도 10번은 업 다운을 오가고, 매일 가슴에 날 선 파도가 친다. 설렘이라던가 기쁨 같은 긍정적인 감정 때문이라면 좋겠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린다는 것이 함정.


늘 이성적인 사람이고 싶었다. 그게 더 쿨해 보이는 것도 같고, 감정에 흔들리는 건 나약하게 느껴져서. 근데 세상살이 중 제일 힘든 게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리는 거라고, 평온을 유지하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20대도 아니고, 왜 이리 불안과 짜증에 심장이 빨리 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기는 할 것이다. 그러니까 그토록 명상이나 요가, 각종 정신 트레이닝이 유행하는 거겠지.


KakaoTalk_20251219_132026849.png


물론 감정적이라는 것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맘껏 울고 싶을 때 울음을 삼키면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하고, 감정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하지 않는가. 과하지만 않다면 그 솔직함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내면에선 감정이 소용돌이쳐도 남들 앞에선 꾹 참고 절제하는 편인 나로서는 살짝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감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졌음에도 감정적이기보다 감성적인 사람은 특히 부러움의 대상이다. 감성을 건드리는 가사 쓰는 일을 하면서, 풍부한 감성을 타고난 사람들을 따라가기란 역부족이다 생각한 적도 많았으니까. 뭔가 글이 두서없이 흘러가고 있는데 결국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인 것 같다. 요동치는 감정을 무조건 다스리고 통제하지 않아도, 있는 대로 표현해도 괜찮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른 이에게 전염시키면 안 되겠지만!!) 부인하려 해도 이게 나인걸 어쩌겠어. 그냥 받아들이고 같이 손잡고 걸어갈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