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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나몬 Mar 13. 2021

정해진 법칙 따윈 없어

스트릿 노이즈

전시를 보기 위해 잠실로 향했다. 그동안 롯데월드몰에 자주 갔지만, 전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복합 쇼핑센터에 있는 전시장은 과연 어떨지 호기심이 생겼다. 전시 스트릿 노이즈는 그라피티가 주제이다. 그라피티는 종종 거리에서 많이 본 적이 있었다. 홍대, 이태원 등등 흔히 젊은 층들이 주로 모이는 곳에 그라피티가 자주 보였다.


그래서 길거리 예술이라 불리는 그라피티를 어떻게 전시했을지 궁금했다. 평일 저녁 시간 전시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간 곳은 전시장이 아닌 아트숍 같았다. 티켓을 어디서 받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냥 들어가시면 된다는 말에 2차로 당황했다.



‘아니, 티켓이 없이 들어갈 수 있다고?’ 알고 보니 그라피티가 전시된 공간은 티켓이 필요하지만 다양한 굿즈가 진열된 공간은 자유로운 입장과 구경이 가능했다.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잠깐 구경을 해보았다. 아이돌을 홍보하거나 문구류, 인테리어 용품을 팔았는데 귀엽고 다양한 물건이 있어서 이 공간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또 다른 전시를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전시장을 조금만 벗어나도 사람이 가득하다. 왼쪽에는 디저트 거리 오른쪽에는 아쿠아리움 정면에는 옷가게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전시장 내부는 아주 멋진 노래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왜 스트릿 노이즈로 정했는지 알 것 같았다.



티켓을 수령하고 들어간 전시장은 내 예상보다 엄청 넓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곳엔 익숙한 고양이 펠릭스가 반겨주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익숙한 것들이 많았다. 고양이 펠릭스, 오바마, 샤넬, 오드리 헵번, 메릴린 먼로 등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시가 아니다. 작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사전 공부를 하거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핸드폰으로 작품 해석을 찾는 전시가 아니다.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즉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것이 그라피티다.


전시장에서 본 그라피티는 우선 크고 화려했다. 그래서 좋았다. 어울리지 않는 색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작품은 멋있었다. 거리의 예술이 그러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으로 기상천외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매력이다. 그래서 전시를 보는 내내 색감의 자극적인 화려함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다음으로 느낀 그라피티의 매력은 작품에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라피티의 세계에선 주류를 비판하고 사회를 풍자한다. 아니면 나만의 예술을 만들거나 정치 선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사회를 사랑하기도 한다. 규정된 것이 없다. 그래서 그라피티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전시 작품 중 명품 브랜드가 흘러내리게 표현한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 제우스는 비가 많이 내리던 밤, 창밖의 수많은 광고판 로고가 비를 맞아 빗줄기에 흘러내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명품 브랜드라는 이름뿐인 허울에 사로잡힌 물질 만능주의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라피티는 반항적이다. 반항은 청춘, 젊음이 따라온다. 그래서일까? 그라피티는 청춘의 전유물이다. 작품은 눈에 띄게 화려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정해진 방식은 없다. 사회를 비판하기도 하고 사회를 사랑하기도 한다. 거리의 예술 그라피티는 그렇게 청춘과 함께 만들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라피티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마 현재도 그라피티를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 있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도심 속 복합 쇼핑센터에서 가장 적합한 전시 주제로 그라피티를 꼽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라피티는 예술이냐 아니냐’ 논쟁의 화두에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장도 그러하다. ‘이 공간을 전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가? 아닌가?’



처음 전시장을 발견했을 때 이곳이 전시장인지 아트숍인지 몰랐다. 나조차도 이곳에 전시장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으니 말이다. 그러나 모든 전시를 보고 든 생각은 이것 또한 전시라는 것이다. 이제는 딱딱한 예술보다 유연한 예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 문화 예술의 주 소비층이 YOUNG 해졌다.


 

그래서 이번 스트릿 노이즈 전시는 YOUNG한 소비층에 맞춘 전시라 볼 수 있다. 복합 쇼핑센터에 딱 맞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찾아오는 곳에 눈을 사로잡는 전시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의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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