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속사정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 대출을 받아 차를 뽑았으니 시승식 겸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내용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집에나 있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랬다간 또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언제든 시간 되니까, 네가 가능한 시간에 맞출게.”
나만 불편한 약속 잡기가 어영부영 시작되었다. 어차피 집에서 하릴없이 시간만 죽이며 살고 있으니 이번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자위하면서 말이다.
“어디로 갈까?”
이렇게 주도권을 타인에게 던져주면 모든 권한을 넘겨받은 이는 그때부터 고민의 연속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가서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수많은 선택지 중 단 하나를 고르는 건 골머리를 앓게 한다. 거기다 상대방이 나 같은 인간이라면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이럴 때마다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넘긴다. 나는 네가 하는 것에 모두 따를 테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는 속 편하게 감 놔라, 배 놔라. 지적만 하면 되는 아주 요긴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몇 번 쓰다 보면 수를 간파하기 쉬워, 알게 모르게 불쾌한 결말이 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나는 친구 여럿 잃기도 했다. 그런데도 버릇을 아직도 고치지 못했다. 끝을 알면서도 되풀이하는 나도 참 나다 싶었다.
“바다나 가볼까? 요즘 날이 좋아, 그래 동해는 어때? 아니면 가까운 인천 바다도 괜찮고, 맛있는 회도 먹자.”
바다, 바다라니… 대학교 졸업 기념 여행으로 아무 계획 없이 속초 바다를 보러 간 이후로 따로 시간을 내서 바다를 보러 간 적이 없다. 내 입에서 바다라는 단어를 내뱉는 것조차 낯선 기분인데 바다를 보러 가자니, 벌써 피로감이 몰려왔다.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물을 시간 내서 보러 갈 만큼 가치 있는 것이었던가? 생각에 빠져 아무 말이 없던 나를 깨우듯 민석이 다시 말을 걸었다.
“어때? 딱 이지? 우리 졸업하고 바다에 간 거 기억해? 그때 참 웃겼는데, 안 그러냐?”
“아, 그래, 웃겼지.”
“아무리 생각해도 바다야.” 민석은 자신의 선택이 옳다는 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추억도 되새길 겸 속초로 가자, 내가 내일 새벽 6시에 집 앞으로 모시러 갈 테니 몸만 준비해.”
“그래, 알았어.”
기억 저 너머 흐릿해진 추억을 굳이 되새길 필요가 있나? 몸과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얄팍한 수법의 완벽한 패배다.뭐 아직도 나랑 연락할 정도니, 나의 저속한 패턴은 이미 진작에 다 읽혀버렸는지도 모른다. 이 와중에도 나를 챙겨주는 민석에게 고마운 마음이 앞서기보단 굳이 나를 보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새로 산 차를 자랑하기 위한 대상을 찾던 중 가장 가성비 좋은 상대를 고른 건가 싶은 생각에 어서 빨리 전화를 끊고 싶었다.
“아! 그리고 내일…”
“어,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길게 이어질 대화를 막기 위해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차도 없고 면허증도 없는 서른 살, 중고 인간이 되면 찰나의 호흡만으로도 그 나이 먹도록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냐는 핀잔을 읽어낼 수 있다. 상대방의 호의를 비비 꼬아 자신을 고립시키는데 온 기력을 쏟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한 기술이다. 그렇지만 이런 기술이 있어도 예상치 못한 기습 공격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일 당일치기로 여행을 간다고 해도 내가 준비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민석의 말마따나 몸만 준비하라는데, 이 몸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로지 할 일은 제시간에 일어나는 것. 딱 그것 뿐인데 제일 힘든 준비과정이다. 남들이 일할 시간에 놀고먹는 처지가 되니 낮과 밤이 바뀌었다. 퇴사하고 나서는 다시 다른 회사에 취업하거나 아니면 장사라도 하면 되겠지, 이 생각으로 무작정 퇴사를 했지만, 막상 집에만 있다보니 모든 의욕이 사라진 것이다. 재취업하자니 스펙이 딸리고, 장사를 하자니 손재주가 없다. 자격증이라도 딸 생각으로 문제집을 샀지만 먼지 쌓인지 오래다. 목표가 딱히 없다 보니 내 마음대로 사는 중이다.
이렇다보니 남들 다 일하는 시간에 잠들고 남들 다 자는 시간에 일어난다. 내 생활의 장점은 무한한 시간이고, 단점은 유한한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남들은 잘 시간에 방 안에서 게임을 하거나 SNS를 통해 지나간 인간관계를 볼 때는 시간이 무한하게 느껴져서 이 시간 만큼은 내 멋대로 쓰고 버린다. 그러나 해가 뜨고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암막 커튼으로 애써 막은 햇빛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방안 침대에 혼자 누워 잠을 자려고 하면 무한하게 느껴졌던 시간이 갑자기 돌변하여 나를 꾸짖는다. 시간은 절대로 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지저귀는 새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만 들릴 때면 나는 움직이기를 멈춘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모든 것에 대해 한탄과 자책을 한다. 그래서 잠을 자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막아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은 핸드폰이다. 예능 영상이나 게임 방송 영상을 켜면 잡생각을 떨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이 방법을 사용하며 잠을 자려 했다. 그러나 이미 바뀌어버린 생체리듬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이런 몸상태로 제시간에 제대로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바다에 가고 싶지 않지만, 또 약속을 취소했다가는 한 명 남은 친구까지 잃겠다 싶어서 알람을 여러 개 맞추었다. 과연 내가 일어날 수 있을까? 귀찮음과 걱정이 되풀이된다.
누운 지 벌써 두 시간이 흘렀다. 이러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생겼다. 차라리 잠을 자지 말까?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문다. 에라 그냥 자지 말자, 깔끔하게 잠자는 것을 포기했다. 자연스레 일어나 컴퓨터를 켜며 게임 창에 로그인했다. 대학생 때 열심히 하던 게임인데, 회사에 취직 후 시간과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자연스레 접었던 게임이었다. 퇴사 후 심심하던 차에 다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게임 속에서 꽤 유명해져서 요즘 내 모든 일상은 이 게임으로 가득차있다.
정신없이 게임을 하는 사이 약속한 시각이 다가왔다. 나는 고질병처럼 울리는 알람시계를 보며 아 가지 말고 게임이나 더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 귀찮아. 내 주제에 무슨 바다냐, 그냥 취소할까? 메신저 창을 켜고 민석이 일어나지 않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일남?’
제발 자고 있어라.
간절히 바라지만 어디 내 인생에 간절히 바란다고 이루어진 것이 있었으랴?
‘ㅇㅇ. 곧 감’
민석인 달랑 메시지만 보내고 그 이후로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귀찮아서 몸부림치지만, 이내 한숨을 크게 쉬며 어기적어기적 의자에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약속된 시간, 정확히 집 앞으로 찾아온 민석을 보니 약속을 취소하고자 했던 몇십분 전의 나의 모습이 떠올라 머리를 긁적였다. 이리도 얄팍한 거다. 내 마음은.
앞 좌석에 올라타 민석을 보았다. 민석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용케 일어났네!"라며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 말에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곤 출발하자. 그게 다였다.
여행의 설렘보다는 피곤하다는 기색이 가득한 나에게 민석이 나에게 건넨 말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기껏 차를 끌고 와줬는데 아무말 없이 가는건 좀 아니다싶어
”차는 얼마 주고 샀냐?, 보험은? 대출은?”
치열한 삶에서 튕겨져 구르고 구르다 가까스로 멈춰있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다였다.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기계적으로 내뱉을 뿐이었다. 말을 하면 할수록 입 안이 말라갔다. 참으로 텁텁한 맛이었다.
“야, 나 너무 졸린 데 좀 자도 되냐?”
매너 없는 경우지만 이러다 나 죽겠다는 표정과 말투로 물었다. 민석은 알겠다며 휴게소에 도착하면 간단히 요기라도 하자고 말하며 손을 뻗어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는 오늘 날씨를 알려주고 있었다.
“오늘은 갑작스레 소나기가 내리는…”
나는 귓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눈을 감자마자 몰아치는 졸음에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휴게소에 도착했다는 민석의 말에 눈을 떴다.
“어어, 벌써 도착했냐?”
“간단히 뭐라도 먹자.”
차에 내려 올려다본 곳에는 내린천 휴게소라는 간판이 보였다. 휴게소에 간 지 얼마 만이더라 싶을 정도로 달라진 것이 많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방송에 나와 유행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았다. 휴게소라기보단 관광지처럼 느껴질 만큼 사람이 많았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싶어서 민석이에게 물었다.
“요즘 다들 캠핑이다 뭐다 쉬는 날만 되면 다들 이렇게 나와서 놀러 다니더라고, 이렇게 된 지 꽤 됐어.”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속이 시끄러워졌다. 그때 멍하니 서있는 나에게 민석이 말을 걸었다.
“너 뭐 먹을래?”
“나는 이거 먹을 건데, 넌?”
그냥 다시 차에 돌아갈까 싶었지만 배는 고팠기에 아무거나 빨리 먹고 돌아가기 위해 줄이 제일 적은 곳을 가리켰다.
“촌스럽긴, 요즘엔 저걸 먹어줘야 해, 난 저기 서 있을 테니까 이거 사고 내 자리로 와.”
한순간의 선택으로 나는 촌스러운 사람이 되었고, 나는 촌스러워도 좋으니 이곳을 어서 떠나고 싶을 뿐이었다. 멍하니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하릴없이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연예인 가십, 정치인들의 비리, 묻지마 살인, 청년 취업문제, 머리속이 복잡해져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소리가 참으로 가관이었다.
“너, 네 와이프한테 잘 말하고 온 거 맞아? 저번에 나한테까지 연락 왔었어. 너 요즘 수상하다고. 관리 좀 잘해 자식아, 너 때문에 나까지 들킬 뻔했잖아.”
“아 거참, 걱정하지 말라니까. 말 잘 하고 왔어. 날 좋은데 기분 잡치는 소리하고 있어. 걱정 마.”
이어폰을 들고 나왔어야 했나, 후회하기엔 늦었다. 눈과 귀가 시끄러워 민석 쪽을 쳐다보니 저기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늘 생각했던 것이지만 민석은 참 오지랖이 넓다. 뭐 결과적으로 민석의 오지랖이 아니었으면 나와 친해질 일도 없었겠지만, 그래도 그 짧은 시간에 줄을 기다리는 아저씨와 형님, 동생이라 부르며 허허실실 속 좋게 굴 수 있는 성격이 예전에는 부러웠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아 그냥 차로 갈까? 생각하는 사이 내 차례가 왔다. 점원에게 제일 빨리 나오는 음식을 달라고 한 뒤 바로 음식을 받고 뒤를 돌자마자 갑자기 한 아이가 달려와 내 다리를 치고 가면서 “엄마, 엄마 어디있어?” 소리치며 달려갔다.
그 반동에 처참히 내 발밑으로 수직 낙하한 음식을 보니 욕이 나왔다. 서둘러 고개를 들어 나를 치고 간 아이를 찾으려 했지만 벌써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니 비웃고 있는 민석의 얼굴이 있었다. 민석은 점점 나에게로 다가왔다.
“괜찮아? 엄마 잃어버린 아이인가봐, 그럴만도 하지,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제 아이 하나 챙기지 못한 엄마라는 사람도 짜증나고 이 수많은 사람중에 나를 치고간 그 아이도 짜증났다.
“직원분이 다시 환불해주겠다고 하네, 같은 거로 주문할까?”
민석이 다시 음식을 먹겠냐고 물었다. 이미 잡친 기분과 아까보다 더 길어진 줄을 보니 식욕도 사라졌다. 신발에 묻은 음식물을 닦으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나는 그냥 편의점에서 먹을 거 사 갈 테니까, 너는 다시 줄 서서 먹어.”
나의 말에 민석은 입매를 굳히며 “됐어, 그럼 그냥 편의점에서 간단한 먹거리 사고 횟집에 가서 맛있는 거나 먹자.”
편의점에 가서 먹을 것을 사고 차에 올라타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 말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민석 또한 그런 것 같았다. 차에 올라타 묵묵히 물만 마시는 내 옆에선 민석은 김밥을 씹으며 출발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이랬다. 쉬운 일도 어렵게, 어려운 일은 더 어렵게 간다. 아까와 같은 상황도 민석이라면 웃으면서 넘어갔을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웃지도 울지도않고 가만히 멈출 뿐이다. 짜증나는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다 보니,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도 다 떠나갔다. 당장 고쳐야만 하는 성격인 걸 알고 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살면서 모난 돌에 구르다 보니 세상이 내 사정에 맞춰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성격만이라도 바꿔보겠다고 노력했을 때도 있었다. 그나마 사회생활하고 나서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여행이고 뭐고 당장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 지금, 민석의 표정이 굳어있는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창밖 날씨가 좋아도 당장 내 마음속 날씨에 신경을 더 쓰는 사람이다. 나는.
“노래나 들으면서 가자.”
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바꿔주길 바라며 노래를 틀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소리처럼 내 속도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노래를 들으며 달리다 보니 멀리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민석이 나지막이 말했다.
“도착했어.”
“어, 그러네.”
4년 만인가? 바다를 몇 년 전에 봤더라? 기억도 잘 나지 않는 4년 전 바다와 지금 내 눈앞에 일렁이는 바다를 보니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먼저 내려서 바다 보고 있어, 차 주차하고 갈게.”
나는 알겠다고 말하며 차에 내려 모래사장을 걸었다. 신발 밑창에 느껴지는 모래의 감촉은 몇 번을 밟아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4년 만에 본 바다는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근원지가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없는 비린 냄새와 푸른색보단 녹색에 가까운 파도가 끊임없이 몰아쳤다.
“똑같네.”
“어? 뭐가?”
뒤를 돌아보니 내 혼잣말에 대답하는 민석이 보였다.
“그냥, 4년 전이랑 달라진 게 없다 싶어서.”
바다를 향해 가까이 가면 갈수록 냄새는 짙어졌다. 비릿한 내음을 맡으며 이걸 보기 위해 겪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결국은 이건가? 이미 꼬일 대로 꼬여있던 속은 한계를 모르고 뒤틀렸다. 그렇게 가만히 서서 바다만 보고 있는 나에게 민석은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에 바다 보니까 좋네.”
“좋냐?”
안 좋을게 뭐가 있냐는 표정을 짓고 있는 민석을 보니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것을 느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미 쏘아진 화살은 과녁의 정중앙을 맞히고 말았다. 나는 목소리를 긁으며 소리쳤다.
“거품낀 녹조를 보려고 그 난리 치면서 온 게 너는 좋은가보다? 너는 한가하게 차 끌고 와서 놀러 온 기분으로 실컷 즐기겠지만, 나는 아니거든, 굳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가 뭐냐?”
울분을 토하듯 말을 내뱉고 난 뒤, 민석을 쳐다봤다. 당연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또 왜 그러냐고, 기분 풀라고 받아치리라 생각했던 민석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래, 얼마나 가나 했다. 너 사는 거 바쁠 텐데, 내가 끌고 왔네,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나 결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