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우리
최근 우연한 기회로 "EBS 여행하는 책"이라는 독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캠페인은 ‘책 읽기의 르네상스 시대’가 돌아오길 기대하는 EBS 독서 장려 캠페인이다. 유명인이 추천한 책을 읽고 ‘생각 더하기 노트’에 적힌 유명인의 물음에 답을 하며 독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문화소통 프로젝트이다.
5번의 여정 중 4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여정의 유명인은 가수 장재인이다. 이분이 추천한 책은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의 <연금술사>이다. 이 책은 나와 인연이 깊다. 처음 <연금술사>를 읽은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나 혼자만의 ‘필독도서 다 읽어보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 당시 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필독도서였고, 이 책을 읽게 된 건 단순한 우연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로 읽은 <연금술사>는 매우 읽기 쉬웠고 ‘무언가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두 번째 읽게 된 건 대학생이 되어서이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모든 선택을 스스로 해야만 했다. 그 선택의 결과가 성공 또는 실패로 이어지든 모든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서툴고 두려웠던 나에게 <연금술사>는 다가왔다. 그렇게 두 번째 읽은 <연금술사>는 나에게 미래에 대한 선택의 두려움을 없애주었고 용기를 주었다.
“무언가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그걸 은혜의 섭리라고 부르지. 바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거야. 그런 행운이 따르는 건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길 원하기 때문일세.”
그렇게 나에게 인생 책인 <연금술사>를 이 시기에 또 만났다는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16살까지 라틴어와 스페인어, 신학을 공부한 주인공 산티아고는 신부가 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바로 세상을 여행하는 일이다. 그렇게 세상을 여행하고 싶었던 산티아고는 보물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산티아고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자아실현을 위해 여행길에 나섰지만, 팝콘 장사가 잘되고 책임질 가족들이 생겨 팝콘 가게를 하며 그곳에 머물게 된 팝콘 장수 이야기, 성지순례가 인생 최대의 꿈이기 때문에 그 꿈을 이루고 나면 달라질 자신의 인생이 두려워 성지순례인 메카로 가지 않고, 그 근처에서 크리스털을 팔며 꿈을 꿈으로 남겨두고 사는 인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만의 자아실현을 위한 여행을 계속해서 떠난다.
그렇게 여정을 떠나는 중 오아시스에 도착한 산티아고는 파티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산티아고는 파티마와 결혼해서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리고 무작정 꿈을 좇는 자신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보물을 계속 쫓아가라는 연금술사의 충고를 따른 산티아고는 긴 여정의 끝에서 보물을 찾게 된다.
산티아고의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나의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모두 각자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보물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팝콘 장수처럼 중도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크리스털 가게 사장처럼 꿈을 이루고 나면 변화될 자신이 두려워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산티아고 또한 양을 판 돈을 다 잃어버렸을 때, 사막에서 전쟁을 맞고, 오아시스에서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별 겪었을 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처럼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것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이 따른다.
만약 산티아고가 파티마와 결혼하게 되었다면 그는 자아 신화를 이뤄내지 못했을까? 처음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아의 신화를 이루지 못한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고 원망할 수도 있다. 인간은 이루지 못한 꿈을 늘 소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는 삶을 살더라도 그 삶이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사람마다 각자의 자아 신화가 있기 때문이다. 파티마와 결혼한 산티아고였어도 분명히 또 다른 자아 신화가 생겼을 것이다. 모든 연금술에서 납이 금이 되지 않는 것처럼, 납이 꼭 금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그 어떤 무언가가 되어도 그 무언가는 어딘가에는 꼭 필요한 것이 된다.
진정한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해 나아가는 힘은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어떤 선택을 해서 어떤 결과가 따라오든 그 모든 결과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모두 각자 가고자 하는 자아 신화의 길이 다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법학을 전공한 파울로 코엘료는 연극을 연출하고 극을 쓰고, 기자로 살다가 히피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후 집필한 <연금술사>는 “소설을 쓰면서 나 자신을 만났다.”라고 고백하는 파울로 코엘료는 이 한 권의 책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돼 기네스북에 등재된 작가가 되었다.
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벽이 나를 가로막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그 벽을 넘기 위해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들이 모여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고 성공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도 꿈이 실패했다는 좌절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내가 설정해놓은 이상향은 너무 높았고 나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온 힘을 쏟지도 않았다. 그저 원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만 흐르고 어느 순간 나는 그 꿈이 실패했다는 좌절감에 허우적댔다. 그러나 세 번째 <연금술사>를 만나고 난 뒤 그건 실패가 아닌 나의 자아가 실현되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낼까에 대한 고민에 부딪힌 것이다. 그렇게 나는 현재 글로써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기고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글을 쓸 기회도 잡았다. 아직 삶은 계속되기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알 수 있는 것은 이 길의 끝이 무엇이든 실패는 아닐 것이다. 자아 신화를 이룬다는 것은 한가지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달하는 갈래는 여러 가지이며 방법도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주는 것처럼 나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며 자아 신화를 이루기 위한 여행 중이다. 꿈, 자아실현, 미래, 성장이라는 재료들을 보물로 만들어내는 우린 모두 다 연금술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