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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미니 Feb 09. 2021

4-5 다시 발동되는 변신 빙구 봇

투 코인 체인지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파리. 드디어 파리에 오게 되다니! 한국에서 타고 간 비행기 안에는 한국사람들이 차고 넘쳤다. 오랜만에 나온 외국이라 긴장되어 괜히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었나 보다. 생각 없이 무작정 출구로 나가는 한국 사람을 따라갔다. 당연히 한국사람을 따라 가면 짐 찾는 곳이 나오리라. 어라!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한국인 아저씨를 따라갔더니 그냥 짐 찾는 곳을 패스하고 바로 출구로 나와 버린 것이다. 그 사람은 찾을 짐이 없었나 보다. 순식간에 얼음이 되어버렸다. ‘나는 짐을 찾으러 다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다며 직원은 나를 막아섰다. 어떻게든 다시 들어가야 한다. 이때 캐리어에 들어있는 수많은 잡것들이 생각났다. ‘라면이랑 과자, 내 옷들 안돼!’ 경찰처럼 보이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한국에서 알고 간 프랑스 버전 “익스큐즈미.”를 외쳐본다. “익스큐즈 무아!” 같은 뜻인데 무아를 붙이니 아저씨의 인상이 조금은 상냥해진 것처럼 보였다. 아무튼 나의 상황을 “마이 베기지.”라며 짐을 찾는 곳을 가리켰다. 엄청 불쌍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대충 알아들으셨는지 저쪽으로 가보란다. 그래서 가리켜주신 방향으로 가보았는데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때 내 눈에 커플이 보였다. 한국 분인 것만 같아서 “저기여.”라고 말을 걸어 보았다. 그러자 한국말로 대답해주신다. '아! 한국 사람.' 나는 다급했기에 아무 말이나 해본다. “제가 짐을 안 찾고 나와 버려서 다시 찾아야 하는데 이쪽으로 가보라고 저기서 직원분이 말해 주셨거든요.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러자 잠깐 생각하더니 여자분이 어떤 경찰에게 다가가 내 상황을 불어로 설명해주신다. 와 갑자기 천사를 만난 느낌이었다. 그분의 도움으로 쪽문으로 들어가 짐을 찾으러 갈 수 있었다. 그때 “감사합니다.”라고 외쳤어야 했는데 나의 마음과 다르게 나의 두발이 빠르게 짐을 찾는 곳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치타처럼. 이름의 뜻대로 이럴 때 보면 나의 다리는 엄청 민첩하다. 무사히 짐을 찾고 나오니 그분들은 그곳에 안 계셨다.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그것이 여행 내내 마음에 걸렸다. 첫 번째 유럽여행 때에도 안 하던 실수를 도착하자마자 하다니 정말 빙구 같았다. 집에 갈 때까지 긴장 타야겠는걸. 


"정말 감사했어요. 나의 천사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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