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코인 체인지
'파리! 생각보다 맘에 드는걸!' 그리고 이곳에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소매치기 또한 득실거리는 도시였다. 빙구 같은 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눈에는 소매치기가 보였다. 뭔가 불길한 촉이 오면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하고 다니는 꼬락서니가 그다지 돈이 많아 보이지 않아 다가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수시로 배고파하는 간식파라 매일 검정 비닐봉지 안에 간식을 넣어 들고 다녔다. 여심 저격 파리에 와서 나는 예쁘게 꾸미지 않았다. 마치 집에서 산책 나온 사람 마냥 돌아다녔으니 나보다는 좀 더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을까! 예쁜 에코백도 있는데 유럽 여행 내내 검정 비닐봉지를 손에서 놓은 날이 없었다.
파리는 충분히 사랑스럽고, 빵도 맛있었다. 길 가다 모르는 게 생기면 매번 웃으면서 익스큐즈므아를 외쳤다. 그러면 웃는 얼굴에 침 안 뱉고, 잘 도와주었다. 공원에서 먹었던 크레프는 꿀맛이었다. 치아에 달라붙는 뉴텔라의 진득한 단맛이 치아마저 녹여 버릴 것만 같았지만 달달한 음식은 맛을 배신하지 않았다. 파리 가면 맛집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해 주었는데, 서른 살에 다시 찾아간 유럽에서 자꾸 빵보다는 한국인 입맛에 맞는 동남아 음식집을 계속 찾아다녔다. '역시 여행은 젊었을 때 해야 해!' 첫 번째 유럽여행에서는 이곳의 음식들이 참 맛있었는데 서른 살이 되니 빵보다는 밥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내 기억 속 맛집은 파리의 동남아 음식점이 되어버렸다.
파리에는 공원들이 참 많았다. 어느 공원이든 파리지엔느들은 여유롭고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즐기고 있었다. 공원이 주는 푸르름과 그곳에 머물던 사람들의 여유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나도 그들처럼 한 폭의 그림이 되어보고 싶어서 잠시 멈춰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실은 너무 돌아다녀 힘들어서 쉬고 있었던 것일 뿐 한 폭의 그림처럼 여유로운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으리라. 문득 한국에 돌아가면 이곳에서 느꼈던 여유로움을 다시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이 되고부터 특출 나지는 않아도 나름 성실하게는 살아왔는데, 이곳에서 느꼈던 여유로움을 즐기며 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여행이 아닌 실제 나의 삶에서도 여유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게 소원인데, 언제쯤이면 그런 삶이 나의 일상이 되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