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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미니 Apr 22. 2021

4-10 파리가 그새 그리워

투 코인 체인지

 

 파리를 떠나기 전 마지막 날 밤. 왠지 에펠탑을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에펠탑 야경을 두 눈에 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동생과 함께 봤던 에펠탑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는데 이날의 에펠탑은 그날의 풍경만큼 감동적이지 않았다. 같은 장소라도 그날의 날씨와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더니 이때가 딱 그랬다. 숙소도 혼자 머물러야 했다. 두 번째 여행이 익숙해질 때 즈음에는 혼자여도 상관이 없었는데 이 날따라 허전함이 밀려왔다. 마지막으로 에펠탑의 야경을 눈에 담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보니 어라 무슨 소리가 들렸다. 민박집 사장님과 사장님 여자 친구분이 거실에서 오붓하게 한잔 하고 계셨다. 어쩌다 그 자리에 끼게 된 나는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동생이 먼저 떠나버려 쓸쓸했는데 잘됐지 뭔가! 그날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나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건 사장님의 여자 친구분으로부터 어디에 가면 한인마트가 있더라는 이야기만 기억난다. 나란 사람 정말이지 본능적이다. 한국에서 가지고 간 라면의 양은 고작 7개. 한 달이 넘는 여행 일정 중 라면은 한줄기의 빛과도 같기에 그분들이 이야기해주셨던 한인마트의 위치를 지도에 저장해두었다. 프랑스 리옹에 가면 한인마트가 있다고 했다. 딱 여행의 중반을 넘기는 시점이었다. 그때까지 라면을 아껴먹어야 한다. 적적할 것 같은 파리의 마지막 밤은 깜짝 방문하신 사장님과 여자 친구분 때문에 즐겁게 마무리했다. 혼자 있을걸 알고 찾아와 주신 사장님의 배려 같았다. 



 파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갔지만 아직 그곳의 사진을 정리 못했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 정말 많다. 파리는 사랑스럽고 하루에 한 번은 한국말을 할 수 있었는데 소도시로 가니 입이 근질근질하다. 나란 사람 한국사람들이 있으나 없으나 신경 안 쓰는 아주 독립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파리가 그리운 걸까? 이야기할 친구들이 그리운 걸까? 그 감정의 어느 중간 즈음에 도착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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