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코인 체인지
파리에서 대학교 때 동생을 만났다. 우연히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확인하는데, 그 아이가 나보다 먼저 파리에 도착해 있지 뭔가. 대학교 졸업하고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이 파리에서 동생을 한 번쯤은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파리에 간다며 언제쯤 보자고 약속을 미리 해 두었다. 파리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일정이 틀어져 내가 묵는 숙소에 같이 묵을 수 있겠냐며, 그리고는 며칠 동안 같은 방 룸메이트가 되었다. 만나자마자 나에게 했던 말 "핸드폰 잃어버렸어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을 겪고 있었다. 코트 속에 핸드폰을 잠시 넣어 뒀을 뿐인데 소매치기당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뭔가 불안해 보였다. 그 모습이 어떻게 보면 나보다 자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내 머릿속에는 오직 안전한 귀가가 목표인데, 그 동생은 여행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파리지엔"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던 나보다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 헐렁헐렁해 보이긴 했지만 뭔가를 잃어버릴까, 실수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덩치만 커다란 나보다는 그 아이가 속마음은 강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때 길면 긴 시간을 함께 했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동생과 나의 성향은 많이 달랐다. 예쁜 풍경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은 비슷했지만 그곳에서 추구하는 바가 달랐기에 파리 모든 일정을 동생과 함께 하지는 않았다. 내가 이상한 것 같지만 유명한 박물관 투어는 나에게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예쁜 작품들 구경은 나름 좋았지만 박물관 투어보다는 공원 밴츠에 앉아있는 시간이 나에게는 힐링 그 자체였다. 그래서 파리 여행 일정 중 반은 내가 보고 싶은 곳으로 반은 동생과 함께 했다. 비슷한 듯 많이 달랐지만 함께 이야기를 할 때면 나보다 배울게 많은 아이구나 싶었다. 그때 동생이 해준 말 중에 “휴먼빙”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말은 안 통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마음은 통한다고 자신이 예전에 인도를 가게 되었을 때 기차 칸에서 만난 인도 사람이 자신에게 휴먼빙을 말해줬다고 한다. 언어의 능력이 없는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온 대화였다. 그 아이는 나의 맘속 불안감을 느꼈던 것일까? 휴먼빙이라는 단어가 여행하는 동안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동생은 이제 곧 파리를 떠나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에펠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와 다르지만 다시 만난 동생이 왠지 반가웠다. 그리고는 신나게 파리에서의 밤을 불태웠다. 에펠탑 야경을 두눈에 가득 담은 날이었다. 사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되었다. 반갑기는 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파리에서 만큼 열정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남을 약속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는 언젠가는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는 날 같은 날, 같은 곳, 같은 시간에 머물게 되면 그때 다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불안한 마음으로 떠난 두 번째 여행에 평안함을 알리기 위한 천사로 그 아이를 만난 건 아닌가 싶다. "동생아! 잘 지내지? 나도 잘 지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