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이름이 신디(Cindy)였고 동시에 소연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두 이름 모두 '맞는' 이름이었다. 신디와 소연 두 이름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다가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 연습장에 끄적이고 고심해서 지은 나의 아이디는 신디와 소연 중간 어딘가인, cinsso다. 아직까지도 나의 모든 온라인 상 아이디이자 나의 정체성과도 같은 단어다. 딱 두 이름의 중간 어딘가.
두 이름 사이에서 늘 저울질을 했지만, 사실 나한테 더 편한, 더 진짜 내 이름 같은 건 신디였다. 학교와 학원에서는 늘 박소연이었고, 박소연이라는 이름이 흔한 탓에 어느 조직에서 건 박소연 A 혹은 박소연 B로 통했다. 운동장 조례 시간 중 상장 수여 시간에 내가 받아야할 상장을 다른 박소연이 받거나, 비행기 시스템에서 동명이인 처리를 잘못해서 해외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할 뻔한 적도 있었다.
학창시절 내내 소연이었다가, 회사생활하면서 소위 영문 닉네임과 '님'자 호칭 문화에서 다시 신디가 되었다. '소연씨' '소연님'이라는 호칭보다 '신디님' '신디 담당자님'이라고 불리면 '네!!'라는 대답이 더 힘차고 밝게 나오는 것만 같았다. 회사 사람들, 나를 잘 아는 사람들, 그리고 학창시절 친구들까지 모두 나를 신디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게 더 익숙해지고 편해졌다.
밝을 소, 고울 연. 밝고 고운 사람이 되라고 예쁜 이름을 지어준 할아버지께는 죄송한 마음이지만 박소연은 80~90년대 출생 여성들 사이에서 너무 흔한 이름인지라, 이제는 공식적인 환경에서나 익명성을 띄고 싶을 때만 사용한다. 오늘도 나는 신디와 소연 중간 어딘가에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