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고 출근하는 첫 날,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내 책상 위치를 보고서였다. 내가 앉을 자리의 왼쪽으로 벽, 뒷쪽으로도 벽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높고 단단한 벽. 내 책상과 나를 타이트하게 감싸는 벽들이 반가웠다. 벽들은 나에게 숨 쉴 공간을 주었다.
보통 '한계', 혹은 '소통의 단절'의 대명사가 벽이지만, 회사에서는 반대였다. 이전까지 회사들에서 막내인 내 자리는 항상 복도쪽, 통로쪽이었고 내 주변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았다. 사장실이 바로 내 뒷편에 있었을 때도 있었다. 사장님이 나의 뒷쪽으로 지나가다가 '소연씨 열심히 일하네'라고 인사를 건넬 때 마다 나와 몇 미터 거리에 있는, 가장 안쪽에 앉는 부장님 자리가 부러워졌다. 왕래하는 사람들이 모니터를 흘깃거릴 일이 없고, 창문으로 날씨 감상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가장 안쪽 자리. '나는 저 안쪽까지 가려면 몇년이 걸릴까' 생각을 자주 했다. 창가 쪽으로 한칸 가는 데에만 이삼년이 걸리겠지, 생각했다.
다행히 승진이 아닌 이직을 통해서 나는 안쪽 자리, 게다가 구석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회사의 동료들은 나더러 자리가 불편하지 않냐고, 의자를 조금만 뒤로 젖혀도 벽이 닿는 좁은 뒷쪽 공간이 답답하지 않느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답하면서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아요'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모든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2미터 즈음 거리에 있는 가까운 큰 창문도 복지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큰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오후 햇살과 쌀쌀한 가을 바람을 오른쪽 뺨으로 느끼면서 업무를 했다.
벽이 주는 자유는 실로 크다. 아 물론, 나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모든 업무를 제 시간에 끝내고, 시키지 않는 일도 찾아서 하는 아주 성실한 직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