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이 3 : 성격차에도 초격차가 있는지는 몰랐지.
감성형인 너와 달리 이성형인 나, 우린 상황을 보는 눈이 달라도 너무 달라.
내가 요리를 할 때마다, 넌 부엌문을 빼꼼히 열고, 백곰 같이 하얀 얼굴을 쓱 들이밀며 쭈뼛쭈뼛 내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조심스레 묻곤 했어
“도와줄까?”
이렇게 말할 때마다 난 번번이 차갑게
“아니 도움은 필요 없어”
라고 거절한 나 때문에 주눅이 들면서도 당신은 끝까지 포기 안 하고 계속 물어보더라. 눈치 없게 프랑스인 티 내긴.
‘아니 이미 내가 잘하고 있는데, 내 일하는 모양이 못 미더운 건가? 똑같은 일을 왜 둘이 같이 해야 해? 야채 자르는 게 남의 손이 필요할 어려운 일도 아닌데. 생산 라인 효율 떨어지게.‘
이런 생각을 하며 짐짓 상냥한 척 하지만 결국엔 냉정한 목소리로 너에게
“날 돕고 싶다고? 그럼 거실 수납장을 정리해줄래? 그게 날 돕는 거야”
이제야 소소한 순간을 공유하고 싶은 너의 섬세한 마음이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떠오른다.
난 그것도 까먹고, 요리하며 헤드폰 끼고 오디오북을 들으며 콘텐츠 제작하는 중인데, 왜 문을 벌컥 열어서 영상에 소음 섞이게 하는지, 다시 찍어야 해서 짜증이 났어.
요리하는 순간마저 난 밥을 먹는 김에 콘텐츠 제작하는 일하는 시간이었던 거야. 더 좋은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일들이 되려 가정적인 일을 끼어들지 못하게 만든 거지.
정말 프랑스인 입장에서 보면 난 일에 미친 독일인 같이 인생의 기쁨을 모르는 여자네.
집까지 일을 끌고 들어오다 못해, 거실 한편을 사무실로 만들어버리고, 무엇보다 프랑스인들에게 신성한 부엌을 빛이 잘 들어온단 이유로 스튜디오로 만들어 버린 나는 프랑스적인 삶을 부숴버린 게슈타포 같아.
우리의 첫 데이트는 뱅센 플로랄 공원에서, 느긋하게 돗자리를 펴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나무 그늘을 쫓아 돗자리를 옮겨가며 그 밑에 누워, 햇빛에 녹은 쌍막셀린 치즈에 바게트를 찍어 먹으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너에게 이런 데이트가 내 꿈이었다고,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좋아했는데.
지금의 나는 택배 배송이 안 되는 주말이 싫고, 관공서가 문 닫고, 거래처가 일 안 하는 공휴일이 싫은 스타트업 대표가 돼 있어.
어차피 눈 뜬 모든 시간은 일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요일 감각도 잊은 지 오래라 가끔 주말에도 불쑥 업무 문자를 보내는 실수도 저지르곤 해. 정말 프랑스인에겐 최악이지.
그렇다고 이렇게 일하는 대표가 유능한 대표라고 생각은 안 해. 그냥 난 단지 일을 쉬면 불안해서 그런 거야. 진짜 유능했으면 주말쯤은 쉬었겠지.
너랑 연애를 시작할 때, 나름 잘해보겠다고 니 성격 분석 해 둔 메모가 있더라. 폴더 이름이 ‘점검일지 Case 1,’그 안에 ‘니콜라 성격유형 분석 파일’ 이 있더라고.
무슨 여자 친구가 이래. 당신은 내 뭐에 반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내 딴엔 노력한 거야. 그 전 연애에서 사람이 무슨 로봇 같아서 싫다고 대차게 까였었거든. 그러니 데이터를 모아서 AI 성능을 업데이트해 보려고 한 거지.
니콜라 성격유형
1. #mbti : ESFJ
2. 감정 우세형 특징:
-단정한 의상과 차분한 목소리
3. 좋아하는 일
-사람, 사물, 장소에 관한 사소한 에피소드와 이야기
-가정적인 일을 함께 하는 것
2016년 5월 8일 16:04분 공원 데이트 끝나고 그날 한 대화를 잘 분석해서 메모로 적어뒀으면서 지금의 난 왜 네 맘을 그렇게도 몰라줬나 싶다.
잡은 물고기 떡밥 안 준건 되려 나였네. 잘 치료해서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 줄게. TV 동물농장 결말은 늘 그렇더라고. 다신 나 같은 무서운 맹수 만나서 다치지 말고 숲에 가서 잘 살아.
[레슐랭 쓰리스타: 제 전남편 요리 정말 잘해요. 이 프랑스 남자가 만든 크레페 맛은 한국 어떤 브런치 맛집보다 맛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