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전남편과 이혼사유 7

성격차이 6 : 나도 여자랍니다.

by 키케

“젠틀맨은 숙녀가 계산하게 하지 않아.”


파리에 놀러 온 우리의 가장 귀한 친구가 프랑스에서 첫 데이트 저녁 식사비를 어떻게 계산할지 물어봤을 때 넌 이렇게 대답했지.


친구끼리는 썽띰까지 철저히 나눠내는 계산서가 연인이 되는 순간 계산이 사라지는 게 프랑스 데이트 문화더라. 내가 공부와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손님들을 관찰한 바론 친구끼리인 남녀 사이에는 절대 반반 페이를 하고, 연인 사이에 혹은 데이트하는 사이에 여자가 계산을 하려고 하면 남자는 그날 데이트 중 뭔가 잘못한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곤 했어. 데이트 상대가 맘에 안 들면 여자가 너와 나는 남녀 사이가 아니니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계산을 하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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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릴 구시가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가족 식사를 마친 후 그동안 번번이 소피네가 계산을 했기 때문에, 또 앞으로 다시 이런 멋진 식사 자리가 없을 거 같아 내가 낸다고 하니까 소피와 소피의 남편 피에르, 시아버지까지 질색팔색을 하며 “여자는 식사비를 계산하는 게 아니야”라며 황급히 피에르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로 긁더라고. 물론 이탈리안 서버도 내 카드로는 계산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고. 넌 이런 가정 분위기에서 자라서 남자다움을, 그리고 아내를 지켜야 한단 보호본능이 강한 사람이야.


네가 핸드폰을 수리하느라 납땜을 하며 ‘어때? 나 멋지지? 되게 남자답지? 칭찬해줘!’ 란 눈으로 날 쳐다봤을 때 너의 그 남성성을 존중해주기 위해 “와! 자기 정말 대단한데?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라고 호들갑을 떨며 말했어. 비록 난 용접을 할 줄 알지만 말이야.

레스토랑에 걸린 예쁜 그림 액자


이케아 가구도 나도 정말 같이 조립하고 싶었는데 네가 못하게 해서 도면이랑 맞지 않게 조립하는 부분을 꾹 참고 봐 뒀다가 네가 출근하면 다시 분해해서 재조립했어. 그리고 샤워기랑 세면대 하수구도 미리 내가 머리카락을 다 빼 치운 후, 너에게 매번 뚫어달라고 한 줄 모르지? 하지만 경제력으로 인한 가장의 위치 변화는 하수구 머리카락처럼 미리 빼서 버리는 식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던 거야.


코로나로 인한 실직으로 너의 통장 사정이 예전 같지 않아 졌고, 네 직업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이 됐어. 넌 워낙 섬세하고 집안일도 잘하고, 또 나름 조신한 집돌이 기질이 있어 보여서, 그래 뭐 까짓것 내가 바깥에서 사업 열심히 하며 돈 벌어오고 너는 육아와 집안 살림을 맡으면 되겠다란 생각도 했었어. 하지만 그것도 각자 적성에 맞아야 되는 거더라고.


내가 계산을 하면 할수록 점점 쌓여가는 영수증과 비례하여 너의 남성성은 깎여나갔지. 분명 넌 고맙다고 말하는데 그 슬프고 괴로운 눈은 뭔데. 나도 마찬가지야. 경제적인 부분만 내가 책임지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넌 점차 내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변해가서 결국 모든 결정을 내가 하고 있더라고.


요리사가 집에서는 요리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나도 밖에서 끊임없이 결정을 내리다 집에서도 또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싫더라. 나도 남편이 리드해서 휴가지도 정하고, 데이트 코스도 정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결국 난 정말 되고 싶지 않던 엄마 같은 아내가 되고 젠틀맨이고 싶던 네가 아들 같은 남편이 돼버리면서 부부관계는 뒤틀려버린 거야.


[A/S보증서 : APP 개발자로 전직 중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젠틀맨이 될거에요-전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