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이 8. 4개 국어를 하는데 대화가 통하질 않아.
“빠른 이혼… 애는 없고… 너는 외국인이니까…. 회사는 없다고 하는 게 낫겠다… “
우리는 인터넷에서 한 명당 290€, 부부 두 명 560€에 삼개월 분할 납부가 가능한 7구에 있는 이혼 변호사와 예약을 잡은 후, 축하 와인을 마셨어.
이혼하기로 결정하니, 되려 결혼 생활 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게 됐지
“왜 그때 나한테 그 얘기를 안 했어! 그 얘기를 더 일찍 했어야 지! 넌 네 속마음을 너무 말 안 하니까 내가 얼마나 답답한 줄 모르지!” 난 소매치기에게 뺏길 뻔한 내추럴 와인을 벌컥 들이켜 마시며 말했어
그러자 너는 “근데 나만 그랬던 게 아니야, 나도 네 생각이 너무 알고 싶어서 물어보면 넌 늘 괜찮아 잠시 생각 중이었어 라고만 말하고 옆방으로 들어가거나 노이즈 캔슬링 아이팟 맥스를 쓰거나 했잖아”라며 반박했지
“그래, 생각해보니 나도 마찬가지였네. 난 내 진짜 깊은 속마음은 잘 나누지 않아, 사람들은 내 생각을 잘 이해 못 하고, 그럼 내가 설명하고 그래도 결국 이해 못하겠단 그 표정을 보면 난 또 상처를 받아.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후로 뒤에서 욕을 먹거나 와전돼서 소문이 나도는 일이 쌓이니까 그냥 말을 안 하게 되더라. 그래 네 말이 맞아, 더군다나 프랑스어로 설명하려면 얼마나 귀찮은데 “ 난 멋쩍게 웃으며 나름 해명을 한 후, 6개월숙성된 잠봉을 서류 찢듯 양손으로 찢어 먹곤 새로운 와인을 꺼냈어.
“저번 주 목요일에 마레지구에서 사 온 내추럴 와인이야, 내추럴 와인은 한 번도 안 마셔봤지?”
천사 날개가 달린 남녀가 키스를 나누는 이쁜 그림이 그려진 라벨이 붙은 2019년산 시라 100% 내추럴 와인. 와인 이름은 ‘친구들의 시간’. 2019년 11월 29일에 결혼한 우리가 이젠 친구가 되려는 이 시간에 딱 맞는 이름인 거 같아 집어왔지. 뒤에는 ‘하늘은 날개를 가진 자에게만 열린다’라고 한 문구가 적혀있었어.
‘이 와인을 다 마시고, 마지막 작별 키스를 나누면 각자 날개가 돋아 이젠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걸까…’ 또, 또 나만의 깊은 상상의 세계로 빠질 뻔하다 정신 차려 현실로 황급히 돌아와 너에게 물어봤지
“처음 맛보는 와인 맛과 향이라 뭐라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네가 표현해봐”
넌 음식에 매우 진지한 프랑스인다운 눈으로 빙빙 와인잔을 돌리며 심각하게 쳐다보고 향을 맡더니 “음… 굉장히 어린 와인인데 알코올 도수가 높네”라고 말했고,
“그러네, 와인 테두리가 펑펑 울고 있어, 이 내추럴 와인은 마치 우리 결혼생활의 맛 같아. 아주 젊고 짧아서 슬퍼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지만 적어도 서로에게 솔직하고 꾸밈없었고, 자연스러웠던. 내가 와인 제대로 골랐군”
이혼하는 시국에 7년의 저주에 절대 걸리고 싶지 않아 네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썽떼” 하며 잔을 들었고 그리고 너도 내 눈을 바라보며 잔을 부딪히며 말했지 “썽떼”
“시부모님이 이혼 후에도 날 반겨주실까? 난 정말 시부모님이 좋은데 이혼하고 나면 널 떠난 날 미워하실까?”
“글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래도 나중엔 반겨주실 거야, 아까 근데 출발전에 엄마랑 무슨 얘기했어?”
“아… 요즘 구상 중인 사업 얘기했어. 네가 맨날 괜찮다고만 하고 도통 내 소식을 안 전하니까 궁금해하실 거 같아서”
이건 내가 또 너한테 말 안 하는 내 속마음.
넌 워낙 네 얘기를 안 하고 맨날 괜찮다고만 하니까 이대로 널 두고 가면 시부모님은 우리 이혼 사실을 3년이 지나도 모를 것이 뻔한 일이고 그러면 상처 받은 널 누가 보듬어주겠어? 갈라파고스의 유기견처럼 말려 죽일 순 없는 노릇이지. 그래서 내가 총대 매고 시어머니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브리핑해드렸어. 내가 총대를 어릴 때부터 아주 잘 잡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