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전남편과 이혼사유 10

성격차이 9. 지금 슬퍼야 나중에 행복해져

by 키케

“얘야, 나는 걱정에 요즘 잠을 통 못 이룬단다”


칠순이 훌쩍 넘으신 시어머니의 눈이, 최근에 시력교정 수술을 막 마치신 그 눈가가 눈물로 붉게 물들고 있었어.


“니콜라가 코로나 때문에 실직한 후로 아무것도 안 하더라, 나도 어떻게든 도우려고 했지만 이젠 뭘 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어. 아마 버려졌다는 그 기억이 그 아이를 계속 그날의 버려진 작은 소년으로 붙잡고 있는 거 같다.


입양기관에서 어떤 절차로 프랑스에 데려온 지 모르겠지만, 나와 남편이 공항에 아이를 마중 나갔을 때 수많은 아기들 사이에 5살 아이 혼자 멍하니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더라고.


말은 안 통했지만 우리가 이제 너의 부모님이라고 설명하고 차에 태우고 오는데 그야말로 그때 그 애는 하얗게 질려있었어. 공포로 말이야.


그리고 내가 어디를 가려고 하면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렇게 울곤 했어. 또 버려질까 두려웠나 봐. 이번에도 그 버려진다는 공포, 그 공포를 코로나 때문에 또 느낀 거 같아. 그런데 지금 나이에 그때처럼 내 아들이 아무것도 못 한다면, 앞으로 돌이킬 수 없을 텐데 난 정말 너무 걱정된다


그래서 속이 타, 8시마다 할 말도 없는데 전화 걸고는 매번 빈말로 20분을 채우곤 해. 혹시라도 나에게 무슨 말이라도 할까 해서 “


난 더 가늘어지신 시어머니의 두 손을 꼭 붙잡으며 말씀드렸어


“어머니,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이 잘 이해가 안 간다 할지라도 저를 꼭 믿으셔야 해요. 아셨죠? 절 믿으셔야 해요? 우린 곧 이혼할 거예요. “

전식으로 먹은 크렘블 야채구이

난 네가 강아지 올리 산책을 마치고 혹시 집에 돌아오진 않았는지 다시 밖을 확인한 후 계속 말했어.


“제가 돌아온 후로 남편은 어릴 때 어머니 옆을 떠나려 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루 내내 제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해요. 아마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이겠죠. 그 좋아하던 골프도 치러 안 나가고, 제가 어디를 가던 같이 가려해요. 이래선 안돼요. 저에게 묶여버려선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전 곧 한국에 사업 때문에 또 돌아가야 하는데 솔직히 저도 언제 다시 프랑스에 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또 반복된다면 남편은 다시 견딜 수 없을 거예요. 지금 슬픈 게 나중에 불행해지는 것보다 낫겠죠.

그게 정말 고통스러운 극약처방일지라도 말이에요. 오히려 절 다시 만나고 싶다는 동기로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위대한 개츠비처럼”


어머니는 매우 놀라신 눈이었지만, 늘 차분하고 지적이신 분답게 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신 듯했어 그리곤 물으시길


“네 의견에는 그 방법이 통할 거 같니?”


“효과를 보이더라고요. 이혼 통보 이후에는 느슨하게 하던 개발자 전직 훈련도 이젠 꾸준히 하고 생활에도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게 보여요. 제가 머무는 동안 생활규칙과 남편을 위한 경제적 시스템도 세우고 가니 너무 걱정 마세요. 저랑 이혼하면 상실감이 클 테니 잘 지켜봐 주세요. 아마 적어도 3년 이상은 이혼했단 말 자기 입으론 절대 안 할 듯 하니”


어머니는 날 포옹해주시면서 걱정 말라하시더라.

그렇게 짧게 포옹을 한 후, 파리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 떠나려 하니 자꾸 냉장고를 여시면서

프랑스 북부지방 전통요리 카르보나드

“얘, 이 감자 그라탱 좀 챙겨가렴”


“어머니, 남편 다이어트 중이라 탄수화물 높은 음식은 안 먹이고 있어요, 정상체중으로 돌려놓으려면 식단을 계속해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누굴 만나도 만나죠. 저희 걱정 마시고 어머니랑 아버지 맛있게 드셔요”


“그럼 이건 어떻니? 네가 가져온 이 예쁜 꽃이 들어간 치즈, 늙은 우리 둘이 다 먹기엔 양이 너무 많구나”


“제거 사면서 같이 산거예요,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니까 두고두고 맛있게 드세요”


“뭔가 주고 싶은데 오늘따라 음식들이 변변찮구나”


“괜찮아요 어머니, 늘 그동안 감사하게도 많이 주셨는걸요.”


“그게 엄마가 하는 일인걸”


너랑 이혼해서 가장 싫은 건 너의 멋진 가족들을 앞으로 못 보게 될 거란 거야. 물론 언젠가 나중에 프랑스에 올 기회가 되면 너 몰래 소피랑 시부모님만 뵈러 갈 수도 있어. 여러 시대가 상처 입힌 너를 묵묵히 사랑으로 지켜준 가족이니 이제 일어나서 걱정 좀 덜어드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그걸로 은혜를 다 갚기엔 시간이 부족해 보이니까.


[추천서: 시어머니의 뵈프꺄롯과 까르보나드를 꼭 맛보시길. 집으로 테이크아웃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