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이 10 우리 마음속 아이
난 네가 여전히 날 사랑한다는 걸 알아. 하지만 결혼 생활은 사랑만으로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없더라. 그러니까 속상한 거지. 아마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근원적 문제는 모른 채 행복한 부부로 남았을지도 몰라.
난 너와 만나는 동안 최선을 다해 모든 걸 쏟았고 이제 너와 나를 위한 최선이 이별이란 것, 그래서 더 마음 굳게 먹고 단호해야 하고. 난 지난 일은 아무리 좋은 추억이었어도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갈 테니 너도 이젠 그만 주저앉고 앞만 보고 나아가.
2019년 가을, 성공적인 가족 여행을 위해 내 성격대로 59pg에 달하는 한국 여행 책자를 만들고, 30분 단위의 14박 15일 일정을 만들었어. 그리고 출발하기 2주 전 모두에게 방문 일정과 계획, 예산규모와 현지 결제 체계는 어떻게 할지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었지.
릴 대학 행정과 교수셨던 시어머니는 여행 기획안과 내 브리핑을 보시곤 굉장히 안도하셨어. 그건 한국 여행을 제대로 하겠다는 안도감이 아니라 며느리를 제대로 찾았다는 안도감이셨어.
그러곤 나에게 말하시길,
“이레, 니콜라는 네가 흔들어 깨워야 해, 마구 흔들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야”
난 이게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단지 잔소리를 좀 많이 해야 한다는 소리인 줄 알았지, 이렇게 암굴 속 거대한 용과 맞서 싸워야 한단 소린 줄은 몰랐어. 이름이 니콜라인 네가 용하고 싸워서 어린애를 구출해야 했던 거 아니니?
너의 프러포즈를 받은 그다음 주, 내가 구한 책은 ‘인종간 입양의 사회학 (토비아스 휘비네트 저, 590쪽)’ ‘해외입양과 한국 민족주의 (토비아스 휘비네트 저, 383쪽) 거의 1000쪽에 달하는 분량의 책을 너를 이해하기 위해 읽었어. 그 외에도 해외입양인을 주제로 한 다양한 영화, 인터뷰, 시사, 기사를 조사 해 읽었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사람을 머리로 이해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경향이 있잖아? 이제야 내 이런 면을 알게 돼서 좀 놀랄 수도 있겠지만 결국 너를 위해 다 쓸모 있게 됐으니 날 이해해주길 바래.
당시에는 내가 본 사례들에 비해, 그리고 너의 입양인 친구들과 비교 분석했을 때, 정서적으로 넌 큰 문제가 없어 보였어. 굉장히 안정적인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 생각했지. 그럴 리가 없었지만 말이야, 난 네 마음속의 부스럭거리는 미세한 소리들을 놓친 거였어. 넌 너무 꾹꾹 입을 틀어막고 참아서 그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 작았거든.
나도, 너도, 소피도 우리 모두 부모님에 의해 상처 받은 아이들이 내면에 있어.
난 그 아이를 이제 꽤 능숙하게 타일러 평소에 얌전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게 가르쳤거든. 왜냐면 이 아이가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마음의 집을 지어줬기 때문이야.
이 집 도면은 마치 10만 피스짜리 퍼즐 같아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 퍼즐 조각들을 내 기억 밑바닥에서 찾아내야 했어. 이 조각들을 다 찾으려면 아주 성능 좋은 플래시가 필요해서 정신분석학 책을 소설책처럼 틈틈이 읽곤 했지. 나는 이 도면을 가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 결국 집을 완성했어. 가끔 폭풍이 심하게 불면 비가 새긴 하지만 그건 수리가 가능한 부분이야.
저 집이 마음속에 지어진 후로,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남자에 대한 강한 반발심도 누그러져서 이젠 가끔 필요하다면 일부러 지는 척도 잘해.
소피도 어릴 적, 한국인 부모님께 버림받고, 입양된 프랑스 집엔 이미 부모님의 모든 사랑을 독차지 한 다른 집에서 온 한국인 오빠가 있었고 매우 불안했겠지. 청소년 시절 사춘기를 아주 심하게 보냈다고 들었고 지금은 소피도 나처럼 내면 아이를 잘 타이를 집을 지어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듯해. 소피는 당시의 상실감을 더 높은 사회적 지위와 그것을 상징하는 더욱 높은 집을 사는 것으로 상쇄시켜 멋진 삶을 살고 있지. 엄마의 사랑을 잘 배울 기회가 없던 소피가 두 아이의 멋진 엄마 역할을 해내는 걸 보면 정말 어떤 영화보다 아름다워 보서 그 모습을 넋 놓고 볼 때가 있어.
하지만 가장 얌전한 아들인, 다정한 남편인, 전혀 문제없어 보였던 너, 너의 그 상처 받은 내면 아이는 너무 숨을 죽이고 있어서 미처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야. 한국 부모에게 버림받았었던 너도 당연히 안 아팠을 리 없었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