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이 11. 메텔과 철이는 부부가 될 수 없어
“어머니는 요즘 골머리를 앓고 계셔, 오빠 때문에” 소피는 두 번째 샴페인을 마시며 말했어.
“오빠는 번번이 앞이 막혀서 나가질 못하고 있어, 지금 이 나이에도 애처럼 굴잖아”
‘애처럼 굴잖아.’ ‘애’. 왜 나는 멍청하게 몰랐을까. 프랑스에 다시 도착하고 느꼈던 미묘했던 위화감. 이 모든 것이 코로나로 촉발된 너의 어릴 적 트라우마였단 걸.
‘니콜라는 프랑스에 처음 왔을 때 말이야, 내가 어디를 가기만 해도, 다시 버려지는 줄 알고 펑펑 울면서 떨어지길 거부했었어, 여름 캠프에 갔을 때도 내가 자기를 다시 버리는 줄 알고, 대성통곡을 하면서 떨어지질 않아 난감했었지’
하인스 워드나 플뢰르 펠르랭처럼 해외입양인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면 갑자기 명예 한국인이 되면서,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더라고. 마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위대한 한국인으로 인정하고 다시 가족으로 맞이 한다는 듯이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 외에 다른 해외입양인들은 어떤 심정으로 어떻게 사는지 알긴 할까?
해외입양인들 중에서, 너처럼 아주 운이 좋게 좋은 부모님을 만나 사랑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도 그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데 말이야. 가장 안정적인 성격인 줄 알았던 너마저 그 기억에서 벗어나질 못해 왜 더 이상 앞으로 못 나가는지 몰라 힘들어하며 자책하는데 말이야. 난 저런 반응들이 영 씁쓸해.
내가 코로나로 2년간 못 돌아오는 동안에 넌 다시 저 버려짐을 경험했던 거야. 그래서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 24시간 내내 나와 떨어지길 거부하고 그 좋아하던 골프장조차도 안 갔던 거지. 심지어 내가 프랑스로 돌아오면 골프를 가르쳐 주겠다며, ‘이 골프채를 판 사람은 몇 번 사용도 안 했데, 열심히 연습해서 동네 지역 대회에 나가 보는 게 어때? 그런 후, 한국에 가서 네 친구들하고 또 대회를 여는 거야’ 라며 내가 쓸 왼손잡이용 골프채도 사놓고 말이야. 난 몇 번은커녕 단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하고 되팔게 생겼지만. 일부러 2년 동안 안 배우고 기다렸는데.
프랑스에 도착 후, 너와의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퍼즐 조각이 맞춰지면서 네 내면 아이를 위해지어 줄 집의 블루 프린트가 그려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땅부터 단단히 다져함을 예감했어. 난 건축가야. 내가 건축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실제로 건물을 짓는 지식을 배우기도 했지만 난 무형의 형이상학적 사고를 건축하는데 더 특출 나단 걸 깨달았어. 난 사고를 짓는 건축가야.
그리고 네 꼬마 니콜라를 위한 집을 지으려면 매우 큰 심리적 중력을 거슬러야 한다는 것을, 그게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 얼마나 아플지 예상되지만 피할 수 없음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어.
너의 어릴 적 한국인 어머니가 투영된 나는 너에게 벗어 날 수 없는 거대한 중력 덩어리, 블랙홀 같은 존재나 마찬가지야. 이 무한히 집어삼키는 중력 법칙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안정적인 거리를 사이에 넣어야 하고 그래야 널 잡아당겨 움직이게 할 수 있을 테지. 아니면 넌 이 힘에 잠식 당해 밑으로 또 가라앉고 말 거야. 그게 우리가 이혼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야. 널 앞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어.
이를 어쩐담… 그래! 엄마 찾아 삼만리, 은하철도 999의 철이! 넌 철이 같은 존재야. 그렇다면 결국 난 메텔이 돼서 날 찾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수밖에.
확실히 너에게 이혼을 통보한 후로, 넌 개발자 이직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만약에 어쩌면에서 2년 후 한국에 가겠다며 F4비자를 알아보기 시작하고, 업무에 성과를 내고, 새로운 옷을 사기 시작하는 등 긍정적인 행동이 결과로 나오기 시작했어.
사람의 만남은 언젠가는 헤어질 때가 와. 단지 그게 좋을 때여야 해. 그게 이때이고 이때여야만 한다.
[네가 혼자 일어나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 그때가 너와 내가 헤어지게 될 날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어. 언젠가 반드시, 오늘 같은 날이 올 것을 각오하고 여행을 계속했지. 슬프고 고통스럽게 끝날 여행을... 이제 나는 다른 소년을 미래로 안내하기 위해 새로운 여행을 떠나.
다시는 철이와 만날 수 없겠지. 너와의 추억을 가슴에 묻고 영원한 여행을 계속할 거야. 끝없는 여행을… 메텔이라는 이름이 철이의 추억 속에 남겨진다면, 그걸로 족해, 나는 그걸로 충분해. 안녕, 철아. -은하철도 999중에서 ]
언젠가는 꼬마 니콜라가 아닌 어른 니콜라로 만나길 바라며, 안녕, 그랑 니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