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전남편과 이혼여행 D-1

준비물

by 키케

한눈에 잘 읽히지 않는 파격적인 패턴의 티를 내 눈앞에 쑥 들이밀며 나에게 말하길

“이 옷, 이번 보르도로 이혼여행 갈 때 입을 건데 어때?”


옷은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 생각해 난 네 옷에 참견하지 않았었는데…이 매직아이 같은 티셔츠는 매우 한마디 하고 싶어 지더라.


“그래, 패턴이… 굉장히 현란하고 화려한 게 바닷가에서 입으면 괜찮겠네. 잘 골랐어”


“그렇지? 늘 입던 폴로티 카라가 낡았길래 하나 샀어, 이건 회색 폴로티! 기본티로 입을 거야”

넌 내 칭찬에 신이 나서 쇼핑백에서 또 다른 티를 하나 꺼내 몸에 대보며 말했지.


“어. 그래 잘 어울린다. 넌 피부가 백인보다 하얘서, 회색이나 파란색이 잘 받아, 잘 샀네”

내년까지 입을 옷 하나는 남겠네. 잘했어.

“안 그래도 골프 치러 갔을 때, 어떤 할아버지가 나보고 햇빛 안 보고 사냐면서 놀리더라! 그 할아버지는 무슨 팔이 잘 구운 바게트 마냥 그을려 있는 거 보니까 그 골프장에 맨날 사시나 봐”


이혼여행 가는데 이렇게 들뜬 너를 보니 뭐라 할 말을 잃었어. 알고 보니 내심 너도 나랑 이혼하고 싶었던 건 아닌가 몰라.


그리고 또 신나서 말하길

“이번에 네가 프랑스 떠나는 날에, 내가 깜짝 선물하나 해줄게”


“무슨 선물인데”


“에이, 미리 말해주면 깜짝 선물이 아니지”


나도 그럼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안 놀라고 싶은 물건 하나는 미리 차단해야겠다 싶어 말했지


“결혼반지는 주지 마, 이미 늦었어”


“왜? 한강물에라도 던질 수 있잖아?”


“차라리 비싼 와인 코르크 따개로 줘. 나에게 앞으로 훨씬 유용할 거 같아, 봉막쉐에서 250유로에 팔더라”


“한국은 뚜껑 돌려 따는 와인이 더 많잖아”


“아니, 난 그래도 ‘혼자’ 멋지게 와인 따는 게 중요해.”


우리 다시 분명히 하자, 이건 신혼여행이 아닌 이혼여행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