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여행, l’Aquitaine 고속도로 위.
21.8.18 수요일 , 흐림, 온도 16도, 습도 83%
계획보다 1시간 12분 늦은 출발. 뭐 어때, 차로 가니까 다른 사람들 출발시간에 우리를 맞출 필요도 없고 좋네. 그리고 인터넷이 되니까, 이동시간 동안 일도 할 수 있고.
“너 그 노래 알아? ‘태양이 죽었네 (Il est mort le soleil-Nicoletta) ’ 니콜레타가 부른, 1960년대 노래인데 “
1990년대 이후로 플레이리스트 업데이트 서비스가 종료된 너는 훨씬 이전의 오래된 샹송을 물어보더라.
“1960년대? 당연 모르지, 왜 듣고 싶어?”
“응, 지금 되게 듣고 싶어 졌어”
애초에 고속도로에서 계속 끊기기 시작한 줌으로 진행되는 AI 교육의 오디오를 끊고, 네가 요청한 노래를 찾아 틀었어. 이렇게 한 시간 계속 노래를 부르면 성대가 상할 거 같은, 묵직한 보르도 와인 같은 슬픈 목소리가 흘러나왔어.
‘태양이 죽었어, 태양이 죽었어, 네가 날 떠났을 때, 여름이 죽었어. 사랑과 태양, 그 둘은 같아’
내가 에디트 피아프의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Non, je ne regrette rien-Édith Piaf)’를 듣는 동안, 넌 니콜레타의 ‘태양이 죽었어’를 듣고 있었구나. 반 고흐의 노란 해바라기가 잔뜩 핀 길을 지나치며 넌 또 한마디 하더라
“저 해바라기 색들 좀 봐. 하얗게 떠서, 칙칙하기 짝이 없네.”
8월의 해바라기, 뜨거운 태양과는 거리가 먼 칙칙하고 흐린 최고 기온 18도의 여름은 우리 이혼여행과 참 잘 어울리는 거 같아. 네가 고른 이 노래처럼 말이야. 갑자기 울적해진 기분을 전환하려고 난 아무 말이나 꺼냈어.
“저 해바라기 밭들은 해바라기 씨유 만들려고 키우는 거겠지?”
“응, 그리고 해바라기 씨앗도 생산하고”
“아, 해바라기 씨! 초콜릿 코팅해서 먹으면 정말 맛있지”
“그건 한국에서 먹는 방법이고, 프랑스에선 소금을 뿌려 먹어”
해바라기 씨에서까지 문화 차이를 느낄 일은 또 뭐람. 난 괜히 지기 싫어 한마디 보탰지
“초코가 더 맛있어. 내가 운전할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