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저녁식사
그렇게 우린 아직 익지 않은 무화과가 주렁주렁 달린 큰 나무가 있는 프랑스 농가에 도착했어. 항상 키우고 싶었던 개, 갈색과 회색이 섞인 털이 올리와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와이머리너가 먼저 나와 반겨줬어. 그리고 옆에는 동화책에서 보던 회색 점박 무늬 흰 말이 두 마리가 있었지. 너무 완벽한 여행의 시작이라 맘에 퍽 드네.
도착하자마자, 난 짐부터 풀기 시작했어, 오전 업무시간을 위해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세팅하고, 물건들을 꺼내 용도별로 정리했고, 넌 장시간 운전에 지쳐 소파에 누웠어. 그러니까 내가 교대로 운전한데도. 3단 변속까진 무리 없는데 말이야.
우린 한 시간 정도 잠깐 휴식을 취하고 보르도에 온 만큼 첫 식사는 와인을 메인 메뉴로 정했지.
맛없는 걸 먹고 배부른데 게다가 살까지 찌는 것을 최악으로 여기는 난 열심히 검색한 끝에 꽤 근사한 곳을 찾았어. 프랑스 와인의 성지나 마찬가지인 보르도에서 맛보는 내추럴 와인 전문바는 얼마나 특별할지 , 고민 없이 바로 예약했지.
“올리가 울진 않을까?”
“창문이 꽤 낮아서, 바깥 구경할 수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숙소에 혼자 남은 올리 걱정을 대충 하며 숙소에 없는 샴푸와 샤워젤을 꼼꼼히 골라 산 후, 스페인과 프랑스의 중간 분위기가 나는 보르도 거리를 걷자니, 왜 진즉 난 프랑스 여행을 더 하지 않았을까 후회되더라. 아마 언제나 올 수 있다 생각해서 그랬나 봐.
안락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의 와인바는 아직 이른 저녁 7시라 그런지 꽤 한가했고, 우린 자리를 정해 앉았어. 19€ 의 30ml 내추럴 와인 5종 시음 메뉴가 있는데 메뉴판을 더 읽어 뭐하겠어. 바로 하몽&치즈 믹스 플래터와 함께 주문했어.
와인이 디캔딩 되며 나의 마음도 같이 열렸는지, 수제 삼겹살 하몽을 씹다 난 대뜸 너에게 말했어.
“비록 이혼하지만 난 너랑 결혼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어. “
넌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렇게 말해주다니 친절하네”라고 대답했지.
진심이야. 나 먹기 귀찮을까 봐 삼겹살 잠봉 껍질을 일일이 발라주는 사람과 결혼을 누가 후회하겠어.
비록 내 성격상, 얼마나 딱딱하길래 못 먹는단 건지 궁금해서 굳이 주워 입에 넣고 씹긴 했다만.
“우리가 이혼 후에도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그건 너에게 달렸어”
마치 플라스틱 노끈 같은 식감의 삼겹살 껍질을 뱉으며 난 대답했지 “왜 또, 이마저 내가 결정해야 하는데?”.
끝까지 우리 다운 대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