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등에 지고 돌아오는 길
‘왜 이래? 미쳤나 봐! 모래를 파 먹으면 어떻게 해!’
백사장을 태어나서 처음 본 올리는 모래를 미친 듯이 파며 코를 박고 냄새를 맡더니 나중엔 소르베처럼 모래를 베어 먹을 정도로 바다를 좋아했어.
상상도 못 한 일이었지. 우리보다 개가 이 여행을 더 신나 하는 거 같아. 올리도 코로나 동안 산책 외에는 집에만 있었으니 답답했나 봐. 개도 여행을 좋아하다니.
“프랑스인 같이 평범한 여름휴가는 이번이 처음이지?”
“그러게, 이렇게 괜찮은데 왜 그동안 해외로만 나갔나 몰라, 남프랑스도 가보고 싶다”
오는 길에 20€에 산 알록달록한 무지개색 파라솔을 T55 밀가루 같이 부드러운 모래사장 위에 꽂은 뒤, 비치타월을 각자 따로 피고 누웠어.
다이어트 이후 최고 몸무게를 찍고 비키니를 입게 됐지만 남 몸매 따위 전혀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편하더라. ‘이 무심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내 인생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긴 했구나’ 다시 한번 느끼며 깨끗하게 등을 태우려 비키니 상의를 풀고 엎드려 누웠어.
깨끗하게 태우긴 활활 태웠지. 등만 새까맣게 탄 몰골이 어제 먹은 송아지 타다끼 같아. 중간에 얼룩진 긴 흰 줄은 올리 꼬리 자국인가.
생각보다 차가운 물 온도와 그 전날 다친 상처에 소금물은 너무 따가워서 바다에 오래 못 들어가겠더라. 그래도 잠시 파도 속에서 흐느적거리며 바라본 해변은 프랑스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 샤를 트레네의 ‘la mer(바다)’가 귀에 들려오는 느낌이었지.
프랑스의 여름바다는 스페인이랑 다른,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마저 파도에 섞여 부서져 고요해지는 평온한 모습이더라.
그리고 미모사를 닮은 노란색 들꽃. 그 회색과 녹색 잎사귀 사이에 모래가 낀 솜방울 같던 노란 꽃망울들. 사진으로 찍어 남길 걸. 또 엄마처럼 꽃 사진 찍는다고 놀릴 거 같아서 쿨한 척 안 찍었는데 괜히 그랬어.
이 날은 하루 종일 해변에 엎드려 잠든 탓에 여행 기억이 별로 없지만 기억보다 더 진한 태양을 등에 지고 돌아갈 거 같아. 그나저나 개도 사람처럼 살이 타나 궁금하다. 이전보다 털색이 밝아진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