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전남편과 이혼여행 Day 5

아편 연기 같이 짙은 새벽안개

by 키케

‘프랑스에서 결혼식 안 하길 잘했지, 신부가 피로에 지쳐 제발 집에 돌아가시라고 하객들을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새벽 3시 27분. 잠귀가 밝은 난, 숙소에서 1km 밖 떨어진 결혼식 피로연 엠프가 둥둥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어. 넌 세상모르고 코를 골고 자고 있더라.

조용히 일어나 방에서 나와 네가 미리 사둔 제로 콜라를 냉장고에서 꺼내 한잔 따르곤 차가운 거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어. 어제 해변에서 엎드려 깜박 잠든 탓에 여름 태양이 잔뜩 스며든 등이 화끈거리더라.


누운 채, 콜라를 다 마시고 옆으로 굴러 일어나 창문을 여니, 신랑 신부가 이 지역 유명인사인지 족히 백 명은 넘는 사람들의 ‘헤이! 헤이!’ 외치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더라. 얼마나 신나게 칙칙폭폭 기차놀이를 하며 춤추며 돌고 있을지 안 봐도 눈에 훤히 보여.


난 다시 창문을 닫고, 바닥에 누웠어


빈 속에 제로콜라보다 우리 사이가 더 쓰라리고 위장을 뒤틀더라.


이혼사유가 성격차이인 줄 알았는데 환경차이었나. 인간관계란 게 맺음과 끝맺음이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만남과 못 만남이었구나. 볼 수 있는 시간과 못 보는 시간, 그 시간 사이가 인생이란 면을 바탕으로 한 선으로 이어지는 거였어. 못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 그 선이 점차 점으로 조 그라 들다 결국 점마저 희미해지는 그런 사이. 그게 인간관계인가 보다.

무화과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숙소를 정리하고 키를 반납한 후 우린 파리로 다시 출발했어.


“여기서 커피 마실래?” 보르도를 출발하고 처음 나온 작은 휴게소에서 차를 멈추고 넌 나에게 물었지.


난 눈길을 돌려 쓱 한번 쳐다본 후


“아니, 휴게소 상태를 보니 맛없을 거 같아, 좀 더 괜찮은 데서 마실래”


넌 다시 차를 출발하며 말했어


“자긴 까다로운 사람이야”


“나도 잘 알아. 그래도 아무 취향이 없는 사람보다 오히려 취향이 확실한 사람이 맞추기 더 쉬운 법이지. 적어도 호불호는 확실하니까 말이야.”


“이제 보르도 와인에 대해서 아주 큰 지식을 갖게 됐네,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지?”


“응, 만족스러워. 근데 4일 내내 와인, 치즈, 소시지만 먹어서 그런지 이제 훠궈나 베트남 음식 같은 아시아 음식이 당긴다”


“나도 그래. 파리에 도착하면 훠궈를 먹던가 아니면 집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시켜먹던지 하자”


참 음식취향 이렇게 맞기 쉽지 않은데.


여행을 점점 계속할수록 난 이혼이 옳은 결정이었나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했어. 미련을 서로 비우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한 이혼여행인데 어째 점점 너의 좋았던 점이 더 보이면서 아쉬움만 더욱 자꾸 커져 가는 거야.

이혼여행은 너와 나, 우리 둘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줬고, 내가 좋아했던 너의 모습들이 점차 다시 돌아오더니 파리에 돌아올 때쯤, 넌 예전같이 활달하고 더 능동적으로 돌아왔더라. 그리고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라. ‘어쩌면 다시’라는 희망과 함께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