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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케 Sep 08. 2021

코로나 오디세우스

집으로 돌아가기가 이렇게 힘들 일인가

분명 68 게이트라고 안내받은 비행기는 66번으로 어느새 게이트가 변경되었고, 30 연착이 됐어. 시간 약속  지키는 독일 항공도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지각하는  보니, 하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헤매고 있을지 어림짐작 되더라.

나는 점점 줄어드는 경유 시간을 확인하며 독일 생맥주와 카레 부어스트를 먹는 기회는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 , 환승 터미널 번호, 비행기 번호, 탑승동, 탑승시간을 수차례 발권표와 교차 확인하고 환승 게이트로 향했어.


“레지던트 카드도 보여주세요”


레지던트 카드 대신 프랑스 1 장기 비자가 여권에 부착돼 있는데 다시 한번 확인 부탁드려도 되나요? 멀티 인트런스 비자예요


“독일에서 환승하려면 레지던트 카드가 필요해요, 체류 자격이 정당하신가요?”


“제 남편이 프랑스인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레지던트 카드는 만기가 됐고요, 재발급받아야 하는데 프랑스 정부가 영 발행이 늦네요.”


법원에 이혼 서류 수리 중이니, 서류상으론 아직 네가  남편이긴 하지.


“그러시군요, 그럼 이번은 봐드릴 테니 다음엔 주의하세요”


세상이 뒤집히긴 했구나.  이민국으로 독일 경찰에 끌려가는 최악의 상상을 하며,  영어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할지, 통역인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을 시작하려던 참에 세상에독일 경찰이 봐주다니. 말세긴 말세네.


난 어리둥절하며 재차 “그냥 들어가라고요?” 물었고 경찰은 귀찮은 듯 들어가라더라.

프로토콜 지키기 귀찮아하는 독일 경찰이라니 낯설어.


그렇게 들어온 게이트는 아직 2시간 전인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벌써부터 사람들이 서류를 들고 줄을 서서 탑승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한국인 특유의 감으로 난 일단 줄부터 섰어.

줄을 서며, 분위기를 파악하니 PCR 검사서류, 백신증명서, 자가 검역 어플을 탑승 전에 확인하는 절차였더라고.


“영어로 된 증명서를 인쇄해서 주셔야 해요. 안 그러면 탑승 불가능해요.”


“네? 저는 프랑스어 증명서만 메일로 받았는데요? 그럼 영문증명서가 없을 경우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옆에 제 동료와 말해보세요”


또 하나의 난관에 봉착한 나는 옆 창구로 옮겨졌고, 그 옆에는 프랑스에서 온 한국 여성 분이 나와 같은 문제로 직원과 얘기를 하고 있었어.


“아니.. 영어로 안 적혀 있으면 한국에서 어떻게 증명하실 건데요?”


옆 한국 여성의 증명서에는 Négatif라고 종이에 크게 적혀있었고, 악센트 점 하나 차이 같은데 그렇게 귀국행 비행기를 타면 안 되는 걸까, 이 부분에선 아직 독일스러움을 잊지 않았구나 절감했지


“저… 저도 같은 케이스인데 제 증명서 밑에 작게 영어로 Cov Sars 2 not detected라고 적혀있는데 그래도 안 되나요?”라고 직원에게 슬그머니 물었고


“아 그러네요. 이건 가능할 거 같아요. 체크인해 드릴게요” 서류가 무사통과되는 것을 확인하고 내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옆 재외국민 동포에게 말을 걸었지


“동물 여권도 있으시네요? 서류 준비하기 힘드셨을 텐데, 좀 영어로 알아서 보내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죠? 어휴 프랑스”


그러자 이 동포 여성은 “그러니까 말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혹시 저 좀 도와주실래요? 제가 영어도 좀 생소하고, 메일 좀 같이 봐주실 수 있을까요?”


“네 그럴게요, 프랑스어가 영어를 다 잡아먹긴 하죠. 저도 잘은 못하지만 일단 사이트에 다시 접속해보시겠어요?”


그렇게 다시 통합 사이트로 들어가니 PCR 검사 결과 증명서 2번째 페이지, 1/4로 등분된 오른쪽 하단에 영어로 PCR 검사 결과가 6포인트로 적혀 있는 걸 발견했어.


“와! 찾았네요! 고마워요!”


“다행이네요. 고양이가 집사 없이 혼자 귀국하면 곤란하죠”


환승 시간 2시간이면 넉넉잡아 생맥주와 카레 부어스트를 먹으며 마지막 청승을 떨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바로 탑승해야 할 만큼 시간이 촉박하더라고.


“전 22H예요! 좋은 여행 되세요”


그렇게 고양이 집사 동포와 기내에서 헤어졌어. 맥주는 원래 기내식이 최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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