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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케 Mar 21. 2022

예비 전남편과 떠난 이혼여행

챕터 4 여독 3

“오빠는 변하지 않을 거야. 넌 변했어. 그리고 난 너의 변화가 좋아. 하지만 오빠는 변하지 않을 거야, 엄마도 끝내 양보하지 않으실 거고.” 


프랑스 남자와의 결혼은 달랐나. 나와 시어머니 사이에서 내가 우선순위가 아니었단 건 한국 남자와의 결혼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하지만 이건 한국 남자냐 프랑스 남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남자가 나의 온전한 남자냐의 문제인 거야. 너의 상황이 특수하고 어려운 선택이란 걸 알아. 그러니 나도 이런 희한한 이별을 할 수밖에.우리가 결혼할 거라 말했을 때, 소피가 했던 말 기억나? 그날도 소피의 손에는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는 샴페인이 들려있었어. 그녀는 참 늘 근사해.


“오빠, 오빠가 결혼한다니 말하는데, 오빠 가족은 이제 아내란 걸 잊지 마, 엄마가 아니고, 나도 아니야!” 


그때 너의 대답은 긍정인지 부정인지 무시인지 무심인지 묘한 끄덕임만, 차 뒷좌석에 놓인, 자동차의 움직임을 따라 마지못해 끄덕이는 강아지 인형의 머리같이 수동적인 흔들림, 그 조용한 끄덕거림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흔들거려. 

내 옆에 잠든, 살아있는 강아지의 뒤척임을 느끼며 언니 부부를 바라보다 인제야 깨달은 게 형부는 무조건 언니를 지켰다는 것. 경상도 사람인데 말이야. 언니도 형부를 지켰고 그게 누구든 간에. 시집살이도 처가살이도 아닌 부부 살이.

다시 생각하게 돼. 우리 사이에 대해. 여전히 생각이 많아. 이렇게 내가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네 마음을 먼저 얘기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별이란 늘 그래. 상대방의 마음을 직접 듣지 못하고 어림짐작밖에 못 하는 게 이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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