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차이 1 :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 없어
아리아나 그란데나 오드리 헵번처럼, 티파니 반지는 바라지도 않았어. 다이아몬드 같이 아프리카 아동 착취하는 비싼 돌멩이에 의미도 두지 않고. 어차피 다이아몬드는 성공적인 마케팅의 결과이고 카르텔이 움직이는 가격이니까.
작은 금속이 서로 간의 신의를 지켜주는 절대반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 몇몇 바람피우는 사람들 손엔 급히 뺀 눌린 결혼반지 자국이 있더라고. 아니면 빼지도 않고 훈장처럼 당당히 끼고 있든가.
그냥 상징물이지. 단단하게 이 금속처럼 서로 손잡고 결속하기로. 하지만 내 왼손 약지는 2년간 비어있었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결속감 대신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실망감이 끼워지기 시작했어.
한국에서 혼인신고 후, 코로나로 예상치 못하게 난 한국에 넌 프랑스에 2년간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겨우 프랑스로 다시 돌아온 그 주말,
나와 난 집 근처 쇼핑몰에 장을 보러 갔다. 그리고 장을 보러 가는 통로에있는 이스토와 도흐,(한국으로 치면 로이드 같은 주얼리샵)에 날 데려갔다.
수차례 너에게 결혼반지를 우편으로라도 사서 보내면 안되냐고 물었는데 결국 직접 끼워주고 싶었구나 생각하고 들어갔다.
그래, 그냥 동네 빵집에서 바게트 사 나오면서, 거리에서 끝을 살짝 뜯어 나눠먹듯이, 결혼반지, 그까짓 거 장보듯 그 자리에서 사서 가볍게 나눠 끼워도 괜찮다 생각했다.
오히려 오래된 관습을 가볍고 키치하게 다뤄서 재밌다고 생각했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반지의 가치보단 우리의 마음이 더 중요하니까. 어떤 반지를 끼든.
난 편의점에서 과자 고르듯 빨간 진열장을 재빠르게 쓱 둘러봤다. 더 이상 결혼 반지 문제로 신경 쓰기 싫었기 때문에 오늘 안으로 결판 짓고 싶었다.
그리고 일할 때 거추장스럽고 스웨터 올이 나 뜯겨나가는 보석 달린 반지들부터 리스트에서 빠르게 지웠지. 다이아몬드 반지도 리스트에서 지웠다.. 그렇게 뒷열에 적당한 촌스럽지 않은 컬러의 심플한 로즈골드 14K 금반지를 보고 바로 골랐다.
‘저 디자인과 색이면 평소 끼는 스타일의 반지들이랑 레이어링 하기 좋겠네. 더 이상 이 문제로 끌기 싫으니까 저걸로 사면 되겠어’
바로 결제하면 되겠다 생각하고 가격표를 봤다.
가격은 한개에 49유로, 두 개 하면 98유로.
백유로보다 2유로 덜 나가는 정말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너에게 저 반지로 정하자 말했는데
‘알았어 그럼 나중에 다시 오자!’
말 하며 매장을 나가는 너의 뒷모습은 이젠 더 이상 극복할 수 없는 성격차이 같다.
너무 눌러앉아, 눌릴 때로 눌린, 노란 스펀지가 가루가 되어 부서져 자동으로 떨어져 나간, 그 너덜너덜해진 소파 같아.
내가 다시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꼴도 보기 싫어서 바로 갖다 치워버린 니 엉덩이 모양으로 눌린 소파 말이야.
내가 그냥 그 자리에서 반지를 살 수도 있었는데 이것만큼은 꼭 너한테 받고 싶었어. 나도 내 생각만큼 아방가르드한 신여성은 아니었나 봐. 이런 것에 실망한 내 모습이 구차하고 우습더라. 영화에서 이혼할 때, 꼭 클리세로 반지를 벗어 강이든 바다든 집어던지던데, 난 집 앞이 무려 센 강인데 집어던질 결혼반지가 없네. 그래서 어제 너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봤지
“왜, 그때 결혼반지 안 샀어? 이제 이혼하는 차에 필요 없을 물건이라 돈 낭비 안 하게 돼서 되려 다행이지만, 난 그래도 이유가 알고 싶어”
“난 사기 전에 너의 정확한 손가락 사이즈를 알고 싶었어”
“보통 그런 매장에선 손가락 사이즈를 그 자리에서 측정해줘, 혹시 돈이 없었니?”
“그건 아냐”
“그럼, 집에서 재고 난 후에, 왜 다시 사러 가자고 하지 않았어?”
“가자 하려 했어, 근데 번번이 네가 일을 하고 있어서 바빠 보이길래 방해될까 봐”
“난 그래도 네가 결혼반지 사러 가자 했으면 기꺼이 잠시 일을 멈추고 갔을 거야, 그건 이유가 되지 않아”
“한 번은 가자 하려 했는데, 네가 집 정리 문제로 너무 화나 있는 거 같아서 말을 못 했어”
“그럼 다른 날에 묻지 그랬어, 프랑스 온 지, 두 달이 돼가는데 내가 두 달 내내 화나 있진 않았을 텐데?”
“엄마한테 할머니의 반지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만나기 어려웠어”
“그래, 그랬구나, 그것도 변명이란 것, 자기도 알고 있지? 내가 이 일로 매우 실망이 컸다는 것만 알아줘. 영화에서처럼 헤어지는 순간에 강물에 집어던지고 싶었는데 못하게 됐거든. 다음 여자 만나게 되거든 이 실수는 절대 다신 반복하지 않길 바라 ”
“응, 알았어”
“그리고 난 티파니 반지가 갖고 싶었어 사실.”
“말하지 그랬어”
“네가 경제적으로 힘든 걸 아는데, 부담주기 싫었어, 그리고 또 굳이 티파니가 아니어도 크게 상관없을 거 같기도 했는데 그래도 시장보다가 결혼반지 사러가는 건 아닌거 같아.”
사실 난 그 예쁜 민트색 상자의 흰 새틴 리본을 사라락 푸는 순간을 꿈꿨었어. 결혼 예물 반지 아니면 흔하 낄 일 없을 거 같았거든. 뭐 어때, 이미 지난 일이지.
A/S보증서: 이 마냥 미루는 우유부단한 버릇은 제가 눈물 쏙 빠지게 혼줄을 냈어요. 다신 안 그럴 거예요. (담당 수리기사: 전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