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3코스(역방향)

by 툇마루

2022년 10월 10일.

13코스: 용수~저지 올레. 15.0km

날씨: 기온은 16-17도. 바람 평균 14km/s(강풍 경보).

옷차림: 긴소매 스포츠용 티셔츠에 얇은 바람막이 재킷을 기본으로 입고, 그늘지고 바람이 심한 구간에서는 배낭 속 경량 패딩 점퍼를 내어 입었다.




일기 예보의 숫자로 보았을 때 바람이 너무 강해서 걸을 수 있을까 고민되었다. 일단 나서 보고 상황을 봐서 도중에 돌아오자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중산간 올레는 바당 올레에서 만나는 바람과는 다른 듯 걸을만했다. (다음 날 일기예보의 풍속은 7-8km/s 정도였는데 오히려 바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숫자와 체감은 꽤 차이가 큰 듯하다.)


13코스는 역방향으로 걸었다. 처음에 저지오름에서 시작해서 완만한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역방향과 반대로 완만하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올라 마지막에 저지오름을 오르는 것이 정방향 코스였다. 우리는 체력을 감안해서 역방향을 선택했지만, 정방향으로 걸어 마지막에 저지오름에서의 전망을 만난다면 그 수고에 대한 큰 선물을 받는 기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저지마을의 13코스, 14코스, 14-1코스가 모이는 지점에는 간단히 아침 식사를 먹을만한 곳이 두 곳 있다. 토스트와 커피가 있는 "새로". 8시 무렵에 문을 여는데, 포털에 올라온 정보와 달리 월요일 휴무일이다. 커피에 진심인 주인아주머니 덕분에 그곳의 3천 원 커피는 기대 이상이다. "뉴-저지"라는 센스 있는 이름을 가진 식당은 든든히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으로 먹을 김밥까지 포장할 수 있는 곳이다.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01.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jpg


식당을 나서서 곧바로 만나는 저지오름 입구는 바로 계단으로 시작되지만, 눈에 보이는 것에 비해 그리 가파르지는 않다. 그 계단을 올라 만나는 오름 둘레길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 길 전체를 걷고 싶게 만든다. 올레 완주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저지오름 둘레길만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13코스의 일부인 둘레길을 걷는 동안 동네 주민으로 추측되는 분들을 꽤 만났다. 어렵지 않게 이 멋진 숲을 찾아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둘레길에서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을 오르면 저지오름 정상 둘레길. 두 방향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다. 길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을 돌다 보면 연이어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참기 어려운 전망대가 나타난다. 제주의 삼면이 훤히 보이는 전망이라니! 이래서 저지오름 저지오름 하는구나.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02.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03.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04.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07.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06.jpg


아쉬운 마음으로 저지오름에서 내려오면 좁다란 나무데크 길을 지나 갈림길이 나오는데, 리본이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 약간 오르막길을 선택하면 된다.

13코스의 포인트인 낙천 의자 공원을 스쳐지나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달아래팥"이라는 디저트 카페에 들렀다. 팥죽 한 그릇 먹었을 뿐인데 주인아저씨의 친절에 더욱 든든히 배를 채운 듯했다. 여기까지가 출발점에서부터 7km 정도 되는 지점이다.

13코스는 특이하게 이름 지어진 숲길이 이어지는데, 고사리 숲길, 고목나무 숲길, 쪼른 숲길, 특전사 숲길이다. 이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길은 고사리 숲길 정도이고, 특전사 숲길은 사유지로 코스가 변경되었다.

이름도 특이한 쪼른 숲길을 지날 무렵, 심상찮던 먹구름이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아침에 확인한 일기예보에는 비 소식은 전혀 없었는데 꽤 큰 비가 쏟아졌다. 비 소식이 미리 알고 우산을 챙겼다 하더라도 강한 바람에 우산을 쓸 상황도 아니었다.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아 제대로 비를 맞으며 걷다가 다행스럽게 키 큰 나무를 만나 그 아래 들어가 비를 피했다.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나무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그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보는 경험도 해보았다. 10분 정도였을까 하늘은 끝이 없을 듯 굵은 비를 더 쏟아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갑자기 해를 내밀었다. 하늘의 변덕 덕분에 젖은 옷은 금방 말랐고, 그 비가 남긴 물웅덩이는 하늘을 비춰 파란 올레길을 걷게 해 주었다.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12.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15.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19.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18.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23.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24.jpg


올레스럽지 않은 멀끔한 아스팔트 길 끝에 용수 저수지. 바다를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제주에서 저수지는 낯설었다. 억새와 함께 제대로 가을 풍경을 보여주는 저수지를 지나 한 번 더 힘을 내면 작아서 유명한 순례자의 교회가 나타난다.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 몸도 마음도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순례자"의 교회니까. 몇 년 전 차로 이동하면서 들렀을 때의 마음과 길을 걸어 순례자의 모양새를 갖춘 채 들른 사뭇 마음은 달랐다.

발목에 힘을 얻어 종점인 용수포구로 향했다. 작은 마을을 벗어나 '역시 바당올레의 바람은 다르구나' 할 무렵 강한 파도에 부딪히는 용수포구가 보였다. 순례자의 교회에서부터 1.8km를 걸어 종점(13코스 시작점) 간새를 만났다.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25.jpg
KakaoTalk_20221013_135926724_26.jpg
KakaoTalk_20221013_140137840.jpg
KakaoTalk_20221013_140137840_02.jpg
KakaoTalk_20221013_140137840_04.jpg


올레길 옷차림 tip_

예보에 없던 비를 만나면서, 올레길을 걸을 때는 면 옷보다는 잘 마르고 가벼운 스포츠웨어가 좋다는 걸 하나 배움. 배낭에 레인 커버는 언제나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