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4코스

한 코스에 다양한 올레를 경험하고 싶다면.

by 툇마루

2022년 10월 11일.

14코스: 저지~한림 올레. 19.1km

날씨: 기온 16-18도, 흐림, 바람 10km/s (오히려 14km/s라고 했던 어제보다 강풍으로 느껴짐. 지형이나 방향에 따라 다르게 체감되는 듯.)

옷차림: 반팔 스포츠웨어 티셔츠에 홑겹 스포츠 재킷을 입고 경량 패딩 재킷을 입고 걷기 시작. 바람의 유무에 따라 패딩 재킷을 입고 벗기를 반복해야 해서 배낭에 넣지 않고 허리에 묶고 걷는 것이 수월했다.




저지오름을 왼편에 두고 하얀 메밀꽃이 핀 밭과 노랑 코스모스가 핀 길을 걸었다. (2km쯤 걸어 그린페블이라는 카페가 있는데 개방화장실이 있어 금능해수욕장까지 화장실이 없는 코스에선 여간 고마운 곳이 아니다.)

아직은 덜 영근 귤나무가 가득한 비닐하우스들을 지나면, "오시록헌 농로"가 시작됨을 알려주는 간새가 나타난다. 아늑하다는 뜻을 가진 길답게 그때부터 만나는 밭길은 참말 오시록허고, 그 뒤에 만나는 움푹 파였다는 뜻의 "굴렁진 숲길"은 그야말로 굴렁굴렁하다.

제주 올레 공식 홈페이지의 음성으로 된 소개에서 나온 설명처럼 14코스엔 야자수가 특별히 많이 보이는데, 럭셔리한 리조트 입구의 야자수보다 밭 길가의 야자수가 낯설지만 오히려 더 잘 어울려 보인다.



무명천 산책길. 건천 옆길이라는 설명에 아무런 기대감 없었는데, 이 산책길이야말로 제대로 오시록헌 길이었다. 꽤 길게 이어지는 무명천 산책길을 막 벗어난 지점에 신스버거가 있다. 19km의 절반 가량을 걸어올 때까지 식당은 물론 편의점 하나 없다가 처음 만나는 곳이라 망설임 없이 들어가서 열량을 보충하고 다리를 쉬어주었다. 위치는 쉬어가기 제격인 곳이지만 음식의 맛은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듯.



월령 마을을 지나 바닷가에 이르면 월령 선인장 군락지이다. 나무 데크길이 잘 정비되어 이미 핫플레이스로 변해있었다. 관광지답게 새로운 카페들도 생기고, 제주 바다와 선인장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가족들이 많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부터 금능까지 이어지는 바당올레에 제대로 반해버렸다. 올레스럽다는 것이 이것이구나 하는 감탄을 연이어 뱉으며 걸었다. 근처를 방문한다면 이 구간 만이라도 꼭 걸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비양도를 바라보며 걷게 되는데 파도가 높은 날이라 그랬는지 멋진 풍광과 더불어 스릴까지 더해진다. (자갈밭이 많아 단단히 신발끈 조여 메시고 걸으시길.)



바다를 등지고 금능마을을 향해 방향을 돌리면 구름에 얼핏 가린 한라산이 보이는데, 이 웬 선물인가 싶은 마음이었다. 금능해수욕장에서 이어지는 협재해수욕장까지 도착해서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졸기도 하며 쉬었더니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덕분에 마지막 한림항까지는 새로운 다리로 걷는 듯했다. 이때부턴 마지막 종착지까지 대로변을 걷는데, 다양한 길을 보여주는 14코스의 특징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숲길, 밭길, 마을길, 바닷길(돌길, 흙길, 모래길), 도로길까지. 그런 의미에서 제주 올레를 한 코스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14코스를 추천한다. 오름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다양한 올레를 한 구간 안에 모두 담아둔 길이다.



올레길 tip_

다리를 풀어주는 크림이나 파스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걷는 날이 하루가 아니라면 더더욱 다음 날을 위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제주에 있는 편의점에서는 제품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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