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7코스

by 툇마루

2022년 11월 19일

17코스: 광령~제주 원도심 올레/ 18.1km

날씨: 15-19℃ (일기 예보에서 이맘때 이 기온은 이상 고온이라고.) 최고 풍속 6m/s

옷차림: 침에 걸치고 나왔던 등산 재킷은 걷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배낭에 넣었고, 그 뒤로는 꺼내는 일 없었음. 짧은 소매 스포츠용 티셔츠(여름용) 위에 긴소매 스포츠용 티셔츠가 기본. 바닷길 바람이 센 곳에선 홑겹 바람막이 재킷 입음.


제주에 오면 늘 얼른 제주시에서 벗어나기에 바빠 공항 뒤쪽의 존재조차 몰랐다. 그곳이 이리도 아름답다는 것을 올레를 걸으면서 알았다. 이호테우 해변을 걸으면서도 그랬다. 이곳에 오면 늘 빨갛고 하얀 두 말이 마주 보는 등대만 실컷 바라보고 가곤 했다. 해변에서 이어진 산책로와 빨간 등대 옆으로 물이 빠지고 드러나는 반원 모양의 원담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훌륭했다.




무수천을 따라 걷는 길로 올레를 시작하는데, 건천이라고 들었지만 초반에는 물과 함께 꽤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바다까지 이어지는, 무수천을 따라 걷는 길은 다양해서 재미있다. 그리고 천이 바다로 이어지는 구간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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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낭을 벗고 쉬었던 곳이 유명한 외도 월대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여름철에는 이곳에서 안전하게 물놀이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외대 월대에서 조금 더 이동하면 드디어 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직접 볼 수 있다. 천을 따라 함께 걸어온 탓인지 바다를 만나는 지점에서 감격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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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곳이 "한라진 칼국수". 해물라면이 아닌 해물칼국수였다. 보말칼국수와 해물칼국수 모두 면발의 식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해물칼국수의 국물이 생각보다 맵지 않으면서도 시원해서 연신 국물만 떠먹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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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바당올레를 걷다 보면 멀리 익숙한 등대 두 개가 보인다. 어느 해변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빨간 말 하얀 말 등대. 이호테우 해변으로 이어진 산책길을 걷다가 발견한 바닷속 돌담은, 오래 전 제주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던 방식 중 하나로 원담이라고 한다. 밀물과 썰물을 이용하여 담 안에 남은 물고기를 잡는 방식인데 이곳에 두 개의 원담이 있어 쌍원담으로 불린다. 오래전 제주 해변에 많았던 원담이 허물어져 사라졌다니, 이호동 원담은 오래오래 잘 보존되기를.

이호테우 해변 말 등대의 유명세 덕분인지 붉은색과 핑크색 담벼락이 꽤 오랫동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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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도두봉을 오르기 전 잠시 올레길에 재미를 더해주는 도두 추억의 거리를 지나면 도두봉을 오르는 계단을 만난다. 17코스는 리본이나 화살표가 드물구나 하는 생각이 걷는 내내 들었던 것 같다. 특히나 도두봉은 입구에서부터 내려오기까지 리본을 전혀 볼 수 없었는데, 올해 1월 낙석사고로 인해 일부 구간 폐쇄가 되었다고 한다. 그 연유로 코스가 조금 달라진 듯했는데, 그래도 거의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 리본이 보이지 않는 건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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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과 함께 단점을 하나 더 꼽자면, 17코스는 걷는 내내 비행기 소음이 있는 구간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비행기의 이착륙을 보는 건 아이 때나 지금 이 나이 때나 사람을 들뜨게 하는 무엇이 있었다.

바람을 가로지르며 도착한 중간 스탬프가 있는 어영공원. 이곳은 넓게 탁 트인 공간이 바다로까지 이어져 휴식이 필요치 않은 사람조차 머물고 싶게 만드는 공원이다. 어영공원 건너편에는 대형 카페들이 있지만 사람들로 꽉 차 있다. 근처에서 쉴만한 카페를 찾으신다면 그곳을 살짝만 벗어나도 카페들이 있으니 걱정 마시고 조금 더 힘을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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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오는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걷기 시작한 시간이 꽤 늦어진 데다, 배낭을 메고 바람을 제대로 맞으며 긴 시간 걷다 보니 속도까지 느려져 시간이 점점 지체되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일몰 시각 17시 30분) 숙소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기에 빠른 걸음으로 걸었지만, 14km 지점에서 4km를 남기고 너무 지쳐서 쉬기를 선택했다. 한 시간 가까이 쉬고 나섰더니 남은 거리는 가뿐히 감당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길게 쉴 때마다 인생도 필요한 순간에 쉬어갈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매번 든다.

흔들리는 용연다리를 건너고 어둑해진 동네를 통과해 드디어 조명을 밝힌 관덕정 옆모습이 보일 때 어찌나 반갑던지. 해가 진후에 만난 관덕정은 그 조명 때문인 건지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한복을 입고 댕기를 늘어뜨린 여행객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일정이 늦어진 날이긴 했지만, 올레길은 어두워지기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다음 날 걷기 컨디션을 위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인적이 드문 편이라 안전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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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17코스는 화장실이 넉넉한 코스다. 처음 얼마간을 지나면 왼쪽으로는 바다, 오른쪽으로는 도심을 걷는 코스라서, 도두봉 오르기 전후에, 어영공원에도 공중화장실이 있다.

또 하나, 관덕정 분식의 메뉴들이 꽤 맛나니 올레길을 마친 후에 꼭 들러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