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1코스

by 툇마루

2022년 5월 30일

1-1코스: 우도 올레. 11.3km

날씨: 기온 17-24℃

옷차림: 얇은 긴소매 티셔츠


하루에 한 코스씩 올레를 걸은 지 일곱 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걷기 시작할 때의 계획엔 매번 넘치는 열정이 담겨있다. 오후에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근처에서 맛집을 찾아 저녁을 먹는 것까지. 하지만 막상 걷고 난 후 숙소 앞에서 버스를 내리면 특별한 설득 없이도 편의점으로 발맞춰 들어간다.

그나마 오늘은 제주올레 중 짧은 코스여서 저녁 외식이 가능할 줄 알았다. 게다가 숙소 앞에 평이 괜찮은 백스비어가 있어서 걸은 뒤 마시는 맥주의 시원함을 만끽하려 했건만 오늘도 실패. 대충 먹고 종아리에 휴족을 붙이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것이 침대 밖 수라상보다 백배 낫다.




우도에 우도땅콩 아이스크림 가게와 탈 것이 급격히 늘어난 즈음부터 제주 여행에서 우도는 늘 제외시켜왔다. 다시 우도에 들어간 건 순전히 1-1코스를 걷기 위함이었다. 천진항에서 내려 두 항구와 산호사 해변을 중심으로 알록달록한 전기바이크와 전기차를 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마치 제주가 아닌 서울 시내 한복판에 선 느낌이었다. '아, 이래서 우도에 오고 싶지 않았지'.

그러다 해변을 등지고 섬 안쪽으로 몇 걸음 걷지 않아 순간 고요해졌다. 아주 다른 섬인 듯했다. 점점 예전에 가졌던 우도에 대한 애정이 회복되다가 우도봉에 올랐을 때는 최고다! 했다. 열일곱 개의 올레를 걸은 지금(글을 쓰고 있는 현재)도 최고의 올레를 꼽는다면 단연 우도올레를 꼽는다. (남편의 최고 올레는 10코스다.) 우도봉에서 보이는 우도의 모습은 북적거려 싫었던 풍경들조차 알록달록하게 어우러져 이 또한 없으면 어쩔 뻔했나 싶었다.

KakaoTalk_20221116_130057749_23.jpg
KakaoTalk_20221116_130201541_04.jpg
KakaoTalk_20221116_130057749_17.jpg
KakaoTalk_20221116_130201541_01.jpg

우도올레의 길이 짧아 다행인 것은, 어떤 올레보다 눈길을 끄는 풍광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야 할 길이 길었다면 스쳐 지나가는 내내 크게 아쉬웠을지 모르겠다.

KakaoTalk_20221116_130720103_01.jpg
KakaoTalk_20221116_130720103.jpg
KakaoTalk_20221116_130720103_03.jpg
KakaoTalk_20221116_130720103_05.jpg
KakaoTalk_20221116_130350743_14.jpg
KakaoTalk_20221116_130720103_08.jpg
우도의 말과 소, 마을의 풍경들.


회복된 애정이 담겨서인지 우도의 돌담은 그 엉성한 쌓임이 특별해 보였다. 쌓여있는 돌보다 숭덩숭덩 나 있는 바람구멍이 눈길을 끌었다. 엉성함을 가진 돌담과 인생이 닮았다는 생각은 함께 걷던 남편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각자의 부족함을 알고, 그것으로 늘 이야기하고, 그래서 각자의 배움을 응원해주는 엉성한 우리가 좋았다.

완벽하게 빈틈없이 지어진 최첨단 안전 담벼락 보다, 알고 보면 여기저기 숭덩숭덩 바람구멍이 있는 돌담 같은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을 만나야 바람이 통하듯 제대로 소통이 되는 듯하다.

기술자가 제대로 쌓지 않으면 돌담도 쉽게 무너진다고 들었다. 엉성해 보여도 결코 얼렁뚱땅은 아닌 거다.

돌담을 보며 쌓은 손길을 생각하듯, 사람을 보며 쌓여온 시간을 생각하자. 나에게도 너에게도 그 어느 하나 허투루 쌓인 건 없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KakaoTalk_20221116_130201541_12.jpg
KakaoTalk_20221116_130201541_09.jpg
KakaoTalk_20221116_130350743.jpg



그리고

우도의 바다.

KakaoTalk_20221116_130350743_23.jpg
KakaoTalk_20221116_130350743_28.jpg
KakaoTalk_20221116_130350743_12.jpg


이전 07화제주올레 1코스(역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