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는 동안 남편이 나에게 해 준 말 중에 크게 힘이 되었던 말이 있다. "네가 나보다 훨씬 힘들지"라는 말.
엄마가 된 상황에 적응할 틈도 없이 아기는 품에서 떠나려 하질 않고, 작게 태어난 아기가 잘 먹지를 않아 큰일이 날까 봐 하루하루 마음 졸이던 때부터였다. 퇴근을 하자마자 집으로 날아오다시피 했던 남편은 바로 바통을 이어받아 아기를 보살폈다. 하루 종일 회사 일 하고 온 남편에게 "자기도 힘들 텐데 좀 쉬어"라고 하면 남편이 했던 말. "네가 훨씬 힘들지."
이런 말을 들으면 '그래, 내가 더 힘들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저 그런 말이 고맙고, 자연스럽게 나도 "네가 더 힘들지"라고 말하게 된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웬만큼 자라도 남편은 동일하게 "종일 아이랑 있는 게 더 힘들어"라고 말해주었다. 육아와 회사일을 놓고 저울질을 해보고 나오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꽤 긴 기간 동안 이 말을 계속 들은 덕분에 내 속에도 쌓였고 덕분에 나도 누군가의 역할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된 것 같다.
그러면서 좀 더 예민하게 듣게 되는 말이 생겼다. "에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난 말이야...", "네가 겪은 건 힘든 것도 아니야. 난 지난번에...". 아무렇지 않게 쏟아내는 이런 말들. 대화 중에 이런 말을 어렵지 않게 듣는다.
언젠가 넘어져서 골절이 된 적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상대방이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 그 아픔에 집중해줘야 한다. 그 순간은 더 아팠던 경험을 이야기할 타이밍이 아닌 것이다.
자신이 가진 어려웠던 경험이 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그 말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경험을 꺼내는 데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친구 사이에서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도.
경험을 꺼내기 전에 "에고, 나도 겪어봐서 그 마음 조금은 알 것 같아"에서 그쳐줘야 하는 타이밍이 아닌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지.
"네가 나보다 더 힘들지"와 "너보다 내가 더 힘들어". 조사의 순서 하나 다를 뿐이지만, 결과는 천지차이다.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라면 어떤 말을 더 자주 써야 할지는 선명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