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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툇마루 Jun 27. 2024

기다릴 줄 아는 아이

기다린 뒤에 누리는 기쁨 알게 하기

"기다림이 없는 사회", "기다림을 모르는 아이". 

최근 이런 류의 기사 제목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떠올려보면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런 이슈가 있어왔지만, 최근 기사의 다른 점은 대부분 스마트폰 사용에 원인을 둔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같이 놀아줄 양육자나 친구를 기다릴 필요 없이 스마트폰으로 심심할 시간을 해결해 버린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기 전에 아이의 "기다림력(力)"을 키울 수 있도록 나는 무엇을 했었나?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 본다. 


아이의 심심하다는 말

"엄마, 나 심심해!"

고백하자면, 아이가 어릴 때 이 말이 왜 그리도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지금 뒤돌아보면 그렇게 무서워할 것도 아닌데, 그때는 아이의 심심함이 내 책임인 것만 같았다.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숨 쉬듯 가볍게 내뱉는 그 말을 나는 무겁고 크게 받았다. 심심함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기든 그리기든 놀이 하나를 끝내고 한숨 돌릴라치면 여지없이 그 말이 들려왔다. "심심해". 

그럼에도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할 순간에는 삼키지 않고 아이를 설득했다. 

"엄마도 같이 놀고 싶은데, 지금은 엄마가 할 일이 있어서 ㅇㅇ이가 혼자 좀 놀면 좋겠네."라거나 "엄마가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은데, ㅇㅇ이가 뭐 하고 놀면 좋을지 루루(아이 인형)랑 이야기해볼래?" 

엄마의 상황을 솔직하게 알려주고, 아이에게 주도권을 넘기면 아이가 더 조르다가도 어느새 혼자 놀고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물론 매번 상황이 쉽게 넘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고 기다리는 경험은 꼭 필요하다.


아이가 심심하다고 할 때마다 스마트폰을 규칙 없이 쥐어주면 기다림력을 키울 기회를 갖기 어려워진다. 양육자가 이제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처음부터 규칙을 말해주고 양육자가 먼저 규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양육자가 규칙을 정하고 알려줘야 하지만, 아이가 크면서는 함께 규칙을 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본인의 의견이 받아들여져야 지킬 마음도 생기게 된다.) 아이가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기다리는 또한 기다리는 좋은 기회가 수도 있다 .(미디어와 관련되어 쓴 글은 08화 아이와 미디어 마주하기 (brunch.co.kr) )


즐거움을 위해 수고롭게 기다려야 함을 알게 하자

아이가 여덟아홉 살 무렵, 놀이공원에 갔던 날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어리니까 당연히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부모의 몫이었다. 외동이다 보니 부모 둘 중 한 명은 놀이기구를 태우기 위해 줄을 서고, 나머지 부모 한 명은 가까운 벤치에서 아이와 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도 이제 많이 자랐는데, 이렇게 놀이기구를 타는 방식이 맞는 걸까. 그리고는 그다음 놀이기구를 타기 전에 엄마의 생각을 나누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더운데 엄마나 아빠 혼자 줄 서지 말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순서를 기다리자는 의미였다. 아이도 바로 받아들였다. 

사실 많은 부분에서 부모가 시도를 하지 않았을 뿐, 아이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런 순간에 종종 느낀다.


아이와 함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피하지 말자

아이의 연령에 따라 무리되지 않도록 기다리는 법을 익히도록 하자. 양육자는 아이가 짜증 내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어른들에게도 기다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아이의 짜증을 이해하지만 공동체에서 살아가려면 필요한 힘이기에 피할 수만은 없다. 

기다림력 키우기를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면 아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집에서는 엄마가 먼저 마시는 동안 기다렸다가 마시기와 같은 간단한 것부터 있다. 그리고 놀이터야 말로 기다림력을 키우기 제격인 장소다. 놀이터에서는 순서를 기다려야만 그네를 타고 시소를 탈 수 있다. 놀이터에서 양육자는 아이에게서 몇 발짝 떨어져서 있는 것이 좋다. 양육자가 바로 곁에 있으면 기다리기가 힘든 아이는 상황을 바꿔서 타게 해달라고 계속 조를지도 모른다. <기다리는 = 힘든 것>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보자.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하자. 끝말잇기, 다섯 글자로 말하기 처럼 도구가 필요 없는 놀이는 기다리는 시간을 훨씬 단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온 가족이 스마트폰 없이 기다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영화가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는 설렘, 팝콘을 사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달콤함을 함께 누린다면 좋은 추억까지 하나 더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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