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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이 나온 직후의 민낯

by 툇마루

급했다.


책을 세상에 내어놓고 어떻게 노출시킬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인쇄가 마무리되고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물론 출판사에서 홍보를 잘해주고 있었지만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마치 작가가 아닌 영업사원이 된 기분도 잠시 들었다. 그러다 스마트폰 속의 연락처를 훑어보게 되었고 한 이름에서 멈췄다. 함께 글쓰기를 하며 가르침을 주셨던 분이었다.

부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성격인터라 큰 용기를 내어 한 글자 한 글자 고민하며 톡을 썼다. 그동안 글쓰기를 했던 모든 기수들이 모여있는 단체 톡방에 소개글을 올려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받은 답신에서 '아!' 하고 정신을 차렸다. 부끄러웠다.

'내가 너무 급했구나.'

답신의 내용은 이랬다. 당연히 소개하려고 했고 주문한 책을 기다리고 있다고, 읽고 난 후에 소개글을 올리려고 했다고. 그렇지. 책을 읽고 난 뒤에 소개하는 것이 지당한 것일 텐데 나는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마치 아이를 낳은 후 태어난 지 3일 된 아이를 보며 왜 걷지 않나 조바심을 낸 듯했다. 게다가 세상에 나온 수많은 책들이 그러하듯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질 수도 있을 텐데 어떤 기대를 했던 것인지. 물론 기대를 품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독서 인구에 대한 현실감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의 첫 마음을 잊어서는 더더욱 안 되는 것이었다.

경쟁 교육 현실 속에서 (특히나 최근에 보게 된 "7세 고시"에 대한 뉴스를 보며 마음이 쓰라렸다.) 우리 아이들에게 숨 쉴 틈을 주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느리게 키워도 될까 다르게 키워도 될까 망설이는 부모에게 작은 용기라도 줄 수 있기를. 딱 한 가정이라도 이 책을 통해서 그런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먹었던 그 첫 마음을 다시 꺼내어 앞이마에 붙였다. 다행이다. 조바심이 오래가지 않아서, 현실감을 되찾을 수 있어서.

다만 다른 길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들려오길 바란다. 이 책도 그 소리 숲의 어느 구석에서 자리를 지키며 잘 자라가기를 바란다.


book-2462308_1280.png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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