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려보면 아이를 키우는데 많은 이들의 영향을 받았다.
실제로 만나는 지인들에게서도 영향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나와 내 가족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다. 나만 그분들의 육아나 교육에 대해 어느 한 부분 아는 관계랄까. 가장 큰 비중은 아이를 키우는 동안 읽었던 많은 책의 저자들이다. 거기에 서천석 오은영 선생님들과 같은 유명한 전문가들, 속한 공동체에서 만난 강사들, 그리고 스치듯 보고 들었던 육아 이야기의 주인공 등등. 아예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무의식에 남겨져 영향을 준 이들도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읽은 책 중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저자는 오소희 작가다. 높낮이 없이 평평하게 사람을 보는 시선을 가진 엄마가 아이에게 그렇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떠난 여행책의 저자다. 그의 책들은 나의 가치관에 굵직한 바람을 일으켰다. 그분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고 싶어서 작가님을 따라 여섯 살 난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떠나보기도 했다. 작가님이 아이와 여행했던 나라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나라들이었지만,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삼았다. 하지만 아이와 단둘이 해외여행은 그것이 시작이자 마지막이었다. 겁쟁이에게 여섯 살 난 아이와의 해외여행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후 아이와 단둘이 여행은 국내 여행으로 만족했다.) 이 외에도 육아서를 읽으며 책 속의 한 줄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다가 한두 번의 시도로 끝나버린 것도 경우도 많다. 반대로 따라 하는 걸로 시작해 꽤 오랫동안 이어진 것도 적지 않다.
따라 하면서 만들어진 수칙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무리하지 않기"였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도 우리 가족의 상황에 무리가 되는 것은 대부분 1회로 끝나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수정된 수칙은 "우리의 색깔대로"였다. 보고 들은 그대로를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맞도록 수정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게 따라 하기로 시작해서 우리 색깔대로 즐기게 된 것이 책수다, PT수다, 잠들기 전 아빠의 책 읽어주기 시간, 연말 워크숍, 성장 축하 통장 등이 있다.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서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더 많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영향을 받지 않은 부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내가 누군가에게 미칠 영향 또한 자주 생각하게 된다. 나를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내가 만든 작디작은 장면이 좋은 영향으로 남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