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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철든 시절

by 툇마루

브런치는 물론 편히 글을 올리던 sns에도 한 번은 더 생각하고 수정하거나 아예 포스팅을 포기하는 그런 시절이었다. 지난 12월 3일 이후 한동안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시절이라는 단어를 굳이 썼다. 실제로 이미 까마득히 느껴져서. 그리고 어서 납득이 되도록 처리되어 기억에서 멀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특별히 즐겁거나 기쁜 내용은 더욱 조심스러웠다.

누군가는 눈 내리는 광장을 지키고, 누군가는 매일 광장으로 퇴근하는 시기에 즐거운 내용을 공유하는 것은 더욱 불편해지게 만드는 일인지, 아니면 잠시나마 불편을 잊게 만드는 일인지 알기 어려웠다.


그 시절에 글쓰기는 조심스러웠지만 한편으론 그 과정을 지나면서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한번 더 떠올리게 되었다. 그 덕분에 글쓰기에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 온 국민이 힘들었던 시절을 통해서 얻어진 철이라 이 또한 어떤 감정으로 받아야 할지..


생각할수록 천만다행스럽게도 sns에 올라오는 글도, 내가 올리는 글도 다시 가볍고 편안해진 듯하다.

다만 가벼운 포스팅에도 철든 만큼의 무게를 진 일상이 종종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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