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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단상

계속 글을 쓰게 되는 이유,

by 툇마루

예전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요즘은 한층 더 깊이 글쓰기에 매료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조금이라도 더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글쓰기를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앞으로 오래오래 쓰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는 것을.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거나, 생각이라는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까진 계속 쓰게 될 것 같다.

글을 써서 예순이 되기 전에 꼭 한 권의 책을 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처음엔 그런 마음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글을 쓴다는 것과 책을 낸다는 것은 내게 아주 다른 의미가 되었다.


쓰다. 어떤 목적어도 보어도 없이 그저 쓴다.

쓰기 위해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니 쓰고 싶고.

쓰기 위해 살아가고, 살아가니 쓰게 되고. 그 순환이 좋다.

쓰는 것을 좋아하고 덩달아 좋아진 것들이 생겼다. 읽는 것이 더 좋아졌고, 걷는 것이 더 좋아졌고, 가을이 더 좋아졌다.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좋아졌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좋아졌고, 혼자 있는 것도 더 좋아졌다.

그리고, 내가 좋아졌다.


텅 비어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날들도 있지만, 텅 빈 사이에 다시 쌓이는 먼지들이 뭉쳐지면 또다시 쓰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다시 쓰면서 몸이 기억하는 낱말들을 이어 붙이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이어 붙는 즐거움이 나에게 줄 생동감을 알아서, 또다시 글쓰기에 매료될 것이라는 것도 분명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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